[인터뷰]‘나의 독재자’ 설경구, “박해일의 존재 자체가 조언이자 큰 힘”

무명배우이자 아버지 성근 역 맡아 남다른 연기 내공 선봬, 현재 상영 중

박동제 기자 | 기사입력 2014/11/04 [15:28]
▲ 배우 설경구 <사진출처=브레이크뉴스DB>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박동제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배우’ 설경구가 영화 ‘나의 독재자’로 돌아왔다. 
 
설경구를 비롯해 박해일, 윤제뮨, 이병준, 류혜영 등이 출연한 ‘나의 독재자’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리허설 김일성 대역을 맡게된 무명배우 성근(설경구 분)이 남북정상회담 무산 후에도 20여년간 김일성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겪게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브레이크뉴스>와 만난 설경구는 특유의 유쾌 상쾌 통쾌한 매력으로 인터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을 웃고 울리는 ‘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배우 설경구 <사진출처=브레이크뉴스DB     ©브레이크뉴스

 
 
다음은 설경구와의 일문일답.

 
‘나의 독재자’ 속 분장이 눈에 띈다. 소감은 어떤가.
 
‘나의 독재자’ 특수 분장 촬영 후 모니터를 확인하는데 연기가 눈에 먼저 들어오지 않고 분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더라. 내가 분장을 담당한 것도 아닌데, 계속 흠만 보였다. 그래서 촬영 감독에게 계속해서 물어봤던 것 같다.
 
사실 대중들이 영화를 감상할 때 이야기가 아닌 분장이 더욱 드러나게 되면 끔찍한 일 아닌가. 이런 부분 때문에 내 연기보단 분장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크랭크업 후 후반 작업할 때도 ‘영화 잘 나왔어?’가 아닌 분장에 대해 물어보게 됐다.
 
대중들에게는 분장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장을 한 뒤에는 표정 역시 평소보다 더욱 오버해서 했었다. 분장을 하게 되면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많은데, 사실 연기를 어떻게 조심해서 하나. 특수 분장이 조금이라도 찢어지면 촬영이 스톱됐다. 이유? 특수 분장은 수정이나 보완이 가능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했기 때문이다.
 
‘은교’를 통해 특수 분장을 먼저 선보였던 박해일의 조언은 없었나.
 
박해일이라는 배우의 존재 자체가 조언이었고, 배려였다. 내 입장에서 최고의 캐스팅은 박해일이라고 생각한다. 박해일이 아닌 다른 어떤 배우가 내 아들 역을 맡았다면,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사실 특수 분장은 분장 자체도 5시간 정도 걸리지만, 유지 시간이 7~8시간 정도 밖에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독재자’ 촬영을 하면서는 내 촬영을 먼저 소화해야했다. 박해일은 내 촬영이 끝나고 나서 자신의 분량을 소화했는데, 사실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기다림은 지칠 수밖에 없지 않나. 하지만 ‘은교’를 통해 특수 분장을 경험해본 박해일은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감독도 모를 부분까지.
 
나는 5시간 정도로 특수 분장을 마쳤지만, 박해일은 특수 분장 초창기인 ‘은교’ 촬영 당시 10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난 박해일은 한국 영화 특수 분장계의 시초라고 표현하고 싶다(웃음). 박해일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한국 영화 특수 분장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의 독재자’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 박해일. 나이차이가 적은데 어색함은.
 
난 전혀 없었다. 박해일에게 ‘나 어색하니?’라고 물어본 적은 없다. 혹시라도 상처받을까봐(웃음). 박해일과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박해일이라는 배우는 정말 편안한 사람이다. 물론 배우로서 까칠한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예의바르고 편안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위치나 경력도 아니지만, 박해일은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처음과 변함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즉각적으로 어필하고 대답하는 편인데, 박해일은 엉뚱한 면과 4차원 적인 부분도 느껴지지만, 생각을 깊게 한 뒤 말하는 스타일이더라. 진중한 배우같은 느낌. 사실 ‘나의 독재자’ 촬영 전 ‘은교’ 감독과 촬영 감독이 나에게 말하길 ‘특수 분장은 멘탈이 강한 박해일이라서 가능했다’고 하더라. 난 안된다고(웃음). 현장에서도 난 굉장히 즉각 즉각 투덜거리는 편인데, 이렇게 투덜거리지 않고 얌전한 배우는 박해일이 처음이었다.
 
▲ 배우 설경구 <사진출처=브레이크뉴스DB>     ©브레이크뉴스

 
 
‘나의 독재자’ 성근이 첫 무대에 오를 때가 인상적이다. 설경구의 첫 무대는 어땠나.

 
대학로 연극 첫 무대에 오를 땐 나 역시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당시 40분 정도 후 무대에 등장해야 했는데, 너무 긴장되니 마치 지옥처럼 느껴지더라. 긴장하고 있을 때 한 선배가 술을 한 병 줬는데, 다 마셔도 멀쩡하더라. 너무 긴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
 
‘나의 독재자’ 성근은 무명배우와 아버지 두 입장을 지녔다. 공감은 큰 입장은.
 
감독님께서는 두 입장을 모두 가져갔으면 했지만, 난 아버지 쪽이 입장이 더 컸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는 김일성 캐릭터에 빠진 무명배우 성근이 아니라 태식(박해일 분)을 위해 연극을 보여주는 아버지 성근의 마음이라 느꼈고, 그렇게 연기했다. 극 전체를 받을 때도 무명배우가 아닌 아버지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고 생각된다.
 
(설경구의 아버지에 대해 묻자) 아버지와 별로 친한 편은 아니다(웃음).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냥 짠하다. 사실 우리 아버지가 딱 ‘나의 독재자’ 속 성근 역 세대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들더라. 자식들과 살갑게 지내지 못하는 그 시대 아버지가 느껴져서. 한편으로는 ‘나의 독재자’가 성근을 내세워 그 시대 아버지를 보여줬다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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