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권 실용주의 노선과 국민 사기극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조건

김휘영 문화평론가 | 기사입력 2006/03/21 [20:05]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    
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이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그 실상을 조금이라고 살펴보면 실용주의가 가진 가치체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정책만을 펼쳐 온 세력임을 알 수 있다. 현 정권은 실사구시 경세치용 이용후생 등으로 표현되는 실학파의 철학과는 전혀 다른 맥락을 걷고 있다. 집권 초기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과거사 청산문제만 들더라도 실용주의 노선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실용주의란 대의명분보다는 효용(效用)을 중시 여기는 철학이다. 실용주의 노선이라면 친일전력을 두고 무조건 이지메를 가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김일성이 그랬던 것처럼 친일 행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이 사회에 이롭게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상식이다. 북학파를 위주로 한 실학자들이 비록 오랑캐 국가일지라도 청나라와의 통상을 중시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과거사 문제로 국가 예산과 국력을 심하게 낭비하는 것은 선명성 경쟁으로 당파싸움이나 일삼던 고루한 성리학자들이 즐겨 하던 일이다. 이런 문제는 군사 외교문제에서도 은연중 드러나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공개한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문서 내용에 따르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핵무기 배치와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용산 기지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게는 5조(이종석 국방장관 주장)에서 이주민 이전 비용과 오염 복구비 5000억 까지 합치면 무려 10조로 추산된다고 한다. 엄청난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그 전략적 유연성이란 것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세계 어느 나라의 분쟁에도 개입할 수 있는 ‘기동군’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니 이는 한반도 평화전략이 미국의 의지에 따라 크게 왜곡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는 미순이 효순이 추모열기와 반미 정서에 편승해 권력을 장악한 정권이기에 참으로 의아하다. 국민에게 이로운 협상을 도출해 내고 고 또 되도록 실속을 챙기는 외교정책을 펼쳐야만 실용주의 노선이라고 할 수 있을진대 현재의 행보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무려 4조원에 이르는 국부유출은 어떠한가? 이건 마땅히 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해야  할 사항이다.

성리학적 사관처럼 선명성을 내세우는 정권은 일시적으로 국민의 인기를 아주 쉽게 등에 업을 수 있다, 하지만 쓸데없는 이념이나 선명성 논쟁으로 몰아가서 국가 조직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까닭에 그 사회의 미래를 구렁텅이에 빠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에는 쓰라린 현실을 맞본 후 냉정을 회복하게 되는 민중들에게서  먼저 버림을 받기 십상이다. 반면에 진짜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정권은 그 속성상 쉽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힘들지만 뚜벅 뚜벅 황소걸음처럼 궁극적으로는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성리학에 기반한 사림들이 지배한 시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껶으면서 국력이 끝없이 쇠잔해 갔음은 역사가 주는 값비싼 교훈으로 기억해야 한다.

친일 청산과 노짱의 절묘한 만남

현 열린 우리당 정권에서 실용주의를 가장 잘 집약한 용어를 하나 뽑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노짱'이라는 용어를 들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등장하기를 전후해서 성(姓)인 노에다 '짱'이라는 접미사를 달아서 '노짱'이라는 말이 등장해서 온 인터넷 공간을 지배했다. 이건 어느모로 보나 일본에서 따온 말이 확실해 보인다. 사전에 '짱' 이란 말을 검색해 보니, "유리가 '짱'하고 깨졌다"는 형식의 의성어는 있지만 서양의 '캡틴captain'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용례가 없다. 연장자를 의미하는 장(長)이나 책임자를 의미하는 반장 통장 공장장 같은 용어에서 드러나는 장(長)이라는 쓰임과 장수(壯) 장인(匠)과도 전혀 연관이 없다. 심지어 간장 된장 고추장이라는 말에도 '짱'과 같은  된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어원을 찾기 위해 곰곰히 추적해 보니 황당하게도 일본에서 온 만화 중에서 '짱구는 못 말려!'라는 원 제목이 '크레용 신짱' 임이 생각난다. 한국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일본 에니메이션 '바람의 검심' 1편에도 카오루짱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홈런타자 이승엽을 일본에서는 '승짱'이라 부른다. '-짱'이라는 말은 친근함을 주는 일본식 용어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참여 정부는 친일파를 척결하기 위한 국책사업으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또 과거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 광화문 현판까지도 교체하려고 시도할 정도였다. 한데 민족사적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는 그 주체들이 일본 용어를 차입하여 만든 '노짱'이라는 용어가 주는 이미지를 정치 문화적으로 너무나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현재 친노 진영의 사이트에는 노짱 토론방이 있고 그 주소도 버젓이 nozzang으로 쓰고 있다. 그 사이트에는 많은 유명한 문인들이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건만 아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아이러니를 지적하지 않는다.

그 어원이 어떠하든지 간에 기능성과 효용만 있으면 크게 활용하겠다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실용주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역사에서 지나친 관념주의가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고 생각하며 실용주의를 내 사상의 큰 줄기로 삼고자 한 필자로서는 칭찬해 줄 만하다. 다만 그 주체가 친일 과거사 척결을 주창하는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일반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이는 노대통령이 일본 수상을 만나는 자리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발언한 사건 만큼이나 개념없는 일(nonsense)로 생각하며 몹시 당혹스러워 할 것이 분명하다. 친일 청산이 너무 정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다. 나중에 노짱이라는 용어때문에 왜색문화 전파에 대대적으로 앞장 섰던 정부라는 오명을 덮어 쓰고 또 다시 과거사 청산의 홍역을 앓게 될까 걱정스럽다.

코드와 능력 (code vs ability)

조기숙이나 유시민 등 참여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자주 말하는 수사(修辭)는 이들의 정신세계를 묘하게 반영해 주고 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비를 맞을 때 우산을 씌워 주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는 말에는 성리학적 근본주의 색채 뿐만 아니라 묘한 자학이 흐른다. 여기에는 주군과 가신의 충성서약 같은 봉건시대의 정조마저 보인다. 참여정부가 말하는 실용주의적인 철학에 의한다면 분명코 우산을 씌워줘서 내일을 위한 체력이라도 비축해 둬야 국민들의 미래에 희망이 더 있다. 유능한 경호원이라면 대통령에게 총알이 날아오지 않도록 하는 일에 더 능력을 발휘해야지 날아오는 총알을 대통령과 함께 맞아주는 사람은 대통령을 죽게 하는 무능한 사람일 뿐이다. 이 청승스럽고 궁상맞은 말은 약동하는 21세기를 살아가야 가는 it시대의 문화코드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 80년대의 3류 영화관에서 비가 줄줄 내리는 낡은 스크린을 통해 보는 패거리 신파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비장미가 처연하게 흐른다.

함대의 선장이 갑판에 나서서 사병들과 함께 총을 쏘아댈 지경이면 그 전투는 이미 패하기 일보직전이고 유일하게 남은 것은 패전을 확인하는 절차 뿐이라고 한다. 기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비를 맞을 정도라면 그 나라의 국민들의 삶은 이미 태풍을 맞아 혼비백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연이은 재보선에서 열린 우리당에게 27:0의 스코어로 쏟아진 폭우가 현재 국민들에게 불어 닥친 800만명의 비정규직과 70만명에 달하는 청년실업, 그리고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이라는 폭풍우와 무관하단 말인가?

근래 대학졸업생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이  "너 취직했니?" 라는 말이 되었다. 환경미화원 채용에 석박사 학위자가 몰려들고 박사학위 소지자가 술집에서 웨이터로 취직을 했다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는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 '경제적인 부담'을 들고 있는 사람이 73%를 넘어 서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패거리 정신으로 왜곡된 시각이 아니고서야 정작 태풍을 만난 국민들은 안들어 오고 고작 비맞는 대통령만 눈에 들어 올 리가 없다. 또 올바르고 유능한 참모라면 그런 자학적인 체념과 패배의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에게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궂은 비를 함께 맞아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을 잘해서 대통령이 궂은 비를 안 맞도록 해 줄 사람들이다. 각 부처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좋은 성과를 국민들 앞에 내놓으면 대통령이 비를 맞을 일도 없다. 또 행여 비가 오더라도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진정한 실용주의에 입각한 행동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중가요만 봐도 그리움의 대상인 님은 '궂은 비를 같이 맞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든든한 우산을 받쳐주던 사람'이다.

대통령이 맞을 비를 함께 맞아주는 코드(code)를 내보이면서 자신의 무능력을 숨기려는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사표를 쓰는 게 낫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비를 안 맞도록 해줄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진정으로 대통령을 돕고 국민을 돕는 일이다. 물론 진짜 실용주의 정신에 걸맞으려면 코드인사보다는 능력인사를 우선시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행여 민의를 거스르고 왜곡하면서까지 최고 통치자의 귀에 솔깃한 말을 하는 사람은 코드를 눈 앞에 흔들면서 최면을 걸고 있는 것에 불과함을 노무현 대통령도 깊게 깨달아야만 한다.

진짜 실용주의 정권의 모습

현 정권이 출범할 때 공약으로 내건 것 중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이상한 논리에 의해서 실종되었다. 8.31 조치로 나온 거래세와 양도세의 과도한 부과는 미미한 가격하락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래 자체를 실종시켜 버렸을 뿐이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하락했다면 그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져야 진짜로 가격이 하락한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된다. 그래야 부동산을 처분해서 주식이나 채권 또는 저축 등으로 자산운용을 달리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상황은 거래를 실종시켜서 부자들의 일시적인 자산 감소 효과만 가져오고 있다. 이는 조금 있다가 어떤 계기가 있으면 스프링이 튀듯 다시 튀어 오를 힘만 비축시켜 주고 있다. 여태까지 부동산 가격의 경우 '떨어질 때는 아주 조금 떨어지고 뛸 때는 대단히 큰 폭으로 올라가는 패턴'을 반복해 왔음을 생각해 보라. 이미 강남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전세금은 이 정부 들어서 무려 4배까지 뛰어 올랐다. 많은 전문가들이 보유세를 늘이되 거래세와 양도세는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이를 따르지 않음은 정녕 불가사의한 일이다. 있는 사람은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이 증가하여 더욱 부자가 되고 없는 사람은 실직으로 소득원이 없어 가진 자산마저도 줄어드는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여당의 주장대로 세금을 더 거두어서라도 양극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하지만 고용의 창출없이 사회보장만으로 양극화 해소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면 출구가 별로 안 보인다.

내신 등급제 등의 교육 문제도 어추구니 없게도 강남과 비강남의 갈등만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떠들썩하게 달구어 놓고 다시 어쩡쩡한 상태로 봉합되고 말았다. 얼마 전 부산에서 일어난 학교 내에서의 폭력에 의한 학생의 사망사건은 우리를 절망케 했다, 총기사고에 의한 무수한 인명의 손실과 노충국 사병의 사망에서 보다시피 군대문화의 선진화가 이루어 진 것도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인 지도(map)나 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거의 방치 상태에 있다가 불거져 나온 사건들이다.

진정으로 실용주의 정권이라면 이런 실사구시적인 문제들에 돋보기를 들고 다가서서 민중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부모들이 마음놓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고 부모들이 자식을 마음놓고 군대에 보낼 수 있고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정권이야 말로 참다운 실용주의 정권의 모습이다. 그런데 실용주의 노선의 전도사라고 일컫어지는 유시민 의원의 입에서 조차 "'취업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수사가 나왔다 하니 실로 황당할 뿐이다.

심지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자세조차도 과거 80년대의 주사파의 입장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 대북 인권 선언문 채택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유교적 봉건주의나 반제국주의에서 기반한 이념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텃다면 현 참여정부는 납북자 송환이나 탈북자 문제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이고 진일보한 실리노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건 노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책 담당자들의 협상능력이 어떠한가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현 정부는 실용주의라는 명목상의 노선만 요란스럽게 선전해 왔지 그 실상은 전혀 실용주의 정신에 맞닿아 있지 않았고 오히려 고루한 성리학자의 정신에 맞닿아 있다. 이렇게 실제 정책과는 전혀 상반되는 실용주의를 열린 우리당의 노선이라고 내건 이유는 순전히 실용주의라는 용어가 갖는 득표력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린 우리당이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더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국사를 배우면서 참으로 흠모했던 실학자들의 사회개혁 사상에 대한 향수에 편승해 보려는 전략적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조건

노무현 정권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조건 중 하나로 나는 그가 퇴임시에 비자금으로 30억 이하를 들고 나가는 것을 1차적으로 들겠다. 이는 이제 그것 하나만을 바랄 정도로 기대치가 줄어 들었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노무현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조건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김영삼 김대중처럼 정치판에 오래 굴러먹지 않아서 비교적 덜 부패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이 그 첫번째다. 한국의 정치토양에서 남아공의 만델라 같이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다가 갑자기 대권을 잡지 않는한 부패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에 가깝다. 또 그 정치 연혁이 길수록 부패의 정도는 점점 심해진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변두리에 머문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북한과의 커넥션이 적을 수 밖에 없어서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북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두번째다. 대북커넥션으로는 이회창 후보 조차도 총풍에 연계되었는데 이에는 노무현 스스로도 자신이 대통령이 될 줄 몰랐다는 고백만큼 "갑자기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 만큼 좋은 조건이 없다.

게다가 민주당과의 분당 그리고 탄핵을 통한 멋진 반전으로 정치권의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현 노무현 대통령은 그 패러다임상 양김보다는 훨씬 업그레이드된 등급의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여기서 노무현과 열린 우리당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지 않고 그들이 내건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명박처럼 뛰어난 업무 수행능력으로 성공시켰다면 다음 대권도 아주 쉽게 얻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새로운 세대로 밀려 들어온 386집단은 10년 정도는 너무 빨리 정권을 잡아서인지 뭘 어떻게 할지 모르고 허둥대면서 귀한 시간과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운명은 다음 총선에서 깨끗하게 물갈이를 당하면서 조로(早老)현상을 보일 것이다. 탄핵과 같은 아주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이 예측은 작년 4.15 총선에서 민주 노동당의 의석수가 10석일 것이라는 필자의 예측이 맞아 떨어졌듯이 거의 확실하다.

참여정부의 권력 태동기에 노무현과 386의 결합을 이성계와 신진사대부의 결합이라고 처음으로 칭한 사람이 사실은 필자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역동성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철학의 부재인가? 전략의 부재인가? 능력의 부족인가? 현 정권은 오히려 성리학을 골수로 신봉하던 인조반정 때의 반동적인 역사가 자꾸 오버랩된다. 15세기 태종 이방원의 철권정치와 더불어 세종 때의 경세치용의 학풍을 위주로 문물을 발전시킨 이후에 16세기 사림이 등장하여 유교적 도덕사회를 기치로 성리학자들이 목소리를 높혔었다. 이는 현 참여정부 세력이 박정희의 개발독재시대의 경제부흥기 이후에 과거사 청산이나 선명성을 기치로 정국을 주도해 온 것도 매우 비슷하다. 둘 다 말만 요란했을 뿐 백성들이나 국민들에게 특별히 내세울 업적이 없는 점도 매우 비슷하다. 이건 여권 수뇌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대통령들처럼 현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이후가 궁금하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의 대통령들처럼 퇴임하면서 부정하게 축재한 비자금을 들고 나가지 않는다면 '별로 한 일은 없지만 깨끗한 대통령'이란 이미지 하나는 갖게 되는 수확을 거둘 것으로 본다.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이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보다 더 값진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 비자금의 상한선을 약 30억으로 본다. 여기에 영(零)이 하나 더 붙어서 300억 정도가 된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재판정에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수천억의 비자금을 챙겼어도 무사했지만 이젠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올라갔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회창의 대쪽 이미지가 자기 자식의 병역 문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날카로운 죽창이 되어 이회창을 찔러 갔다. 노무현이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른 사람일 것이라는 이미지는 그의 비자금 문제에 관해서 국민들은 다른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잣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함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주위에 몰려 있는 무수한 간신배들의 아첨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는 노무현 대통령 개인이나 우리 사회 모두에게 또 다른 비극의 역사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동북아 물류 금융 허브의 꿈

2년 여 남짓 임기를 남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이후의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열린 우리당은 지금이라도 동북아 물류 금융 허브를 위한 청사진이라도 제대로 내 놓기를 요청한다. 이 일이야 말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고 열린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목표를 향해서 매진하다 보면 청년 실업의 문제도 많이 개선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한층 밝아지리라 예상한다. 이처럼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 구상이라는 공약 자체의 가진 효용은 여전히 강하다. 이 구상을 제대로 달성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히 그 문제점들이 부각될 것이고 이를 보완해 가노라면 우리 나라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의 꿈이 절반만 달성되더라도 그동안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유능한 인재를 생산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개선 등을 통해서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 것은 확실하다. 얄팍하게 표를 목적으로 하는 연정이나 합당같은 집착에서 벗어나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차라리 이 문제에 참여 정부의 힘을 결집해 주었으면 한다.

현실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과거에 황금어장이라고 불리던 군산항에 있는 수많은 어선들이 몇 개월 째 출항을 하지 않고 있다. 어획고의 감소로 인권비도 나오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그 결과로 군산항의 경매시장도 매우 한산하여 그 지역 주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과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잘 활용하려면 중국에 인접해 있는 서해안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때 군산항을 잘 개발하여 물류기지로 만든다면 많은 고용을 창출함은 물론 지역간의 균형개발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물론 군산만 이외에도 가로림만, 부산항, 광양만, 인천만 등의 개발도 종합적인 안목과 플랜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 가야 한다.

물동량이 세계에서 수위권에 있었던 한국의 주요 항구는 근래 몇 년 동안에 중국의 상하이(上海)나 센젠(深川)항에도 뒤쳐져 버렸다.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가 꿈도 펼치기 전에 이웃 나라로 넘어가고 있는 사실을 절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다. 또 이를 득표를 위한 선전구호에만 그칠 일이 아니다.  동북아 금융 허브를 추진하다 보면 한국이 여태껏 개발한 it 기술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산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음은 물론 서울, 대전 등의 주요 도시를 더욱 가치 있게 리모델링해 줄 것이다.

열린 우리당이 기사회생하는 길은 그동안 거짓되게 말로만 선전으로만 일관해 왔던 실용주의 노선을 이름과 그 실재가 서로 부합될 수 있도록 실용주의를 제대로 펼쳐가는 길에 있다. 한데 지금의 여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오로지 단기적인 표(票)만 보고 연정과 합당이라는 정략에 골몰하거나 심화되는 양극화문제를 전 정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뻔뻔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목도 하면서 현 정권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짐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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