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기획] 게임업계 종사자가 바라본 현 주소와 미래(上)

현업 기획자·아티스트·기획자들이 지망생들에게 전하는 특별 토론회

우정혁 기자 | 기사입력 2017/04/21 [10:19]

브레이크뉴스 우정혁 기자= 국내 게임시장이 산업의 한 축으로 떠오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대형 게임사들은 매출 1조클럽을 바라보고 있는 등 ‘규모의 경제’도 실현되고 있다. 그에 발맞춰 게임계에 발을 담그고 싶은 지망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업자들은 게임업계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며, 섣불리 접근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지망생 시절 부푼 꿈을 가지고 입사했던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얘기할까. <브레이크뉴스>는 경력 5년차 이하의 기획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등 5명과 게임계에 대한 토론을 나눠봤다.<편집자주>

 



우정혁 기자 : 게임산업이 점차 커지면서 게임사에 지원하는 지망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쟁률 역시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게임 개발자 학원들은 수강생이 증가함에 따라 상담 등을 통해 인원 제한도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듯 열정을 가지고 게임업계에 뛰어드는 지망생들에게 작은 조언 등을 해보고자 △경력 5년차 프로그래머 L씨 △경력 3년차 아티스트 N씨 △경력 3년차 개발자 A씨 △경력 5년차 아티스트 Y씨 △경력1년차 기획자 J씨 등을 직접 모시고 얘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현재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하고 계시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시는 분도 있는데요. 게임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개발자 A : 다른 기업들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게임개발이라는 직업이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하지 않는 직업일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의외로 게임 개발자중에 게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 직업은 게임을 좋아하는 것 보다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게임을 좋아하는 건 직업 선택의 동기가 될 수는 있어도, 직업을 계속 해 나가기 위한 원동력은 되지 못한다는거죠.

 

아티스트 N :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게임의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긴 했지만, 게임에는 크게 관심 없고 작업을 완성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회사가 있었어요. 게임에 대한 즐거움이나 관심을 공유하는 파트는 한정적이었고, 나머지는 일만 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아쉬웠습니다. 업계 사람들은 다 게임에 관심있어서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두 그런건 아니었던거죠.

 

기획자 J : 저는 창조적 업무에 대한 기대가 있었어요. 다같이 모여서 토론도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기획을 하고 의견을 모으고 결정하는 분위기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꽤 많이 달랐죠. 제가 있던 프로젝트의 경우 개발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였는데요, 그 덕에 개발 가이드 라인이 딱 잡혀 있었어요. 벗어나선 안되는 선이 견고했다 해야 하나? 모든 업무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으로 진행됐어요.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같은 곳을 멤도는 느낌이었죠. 너무 당연한 것만 수정하고, 너무 당연한 것만 제작하고 만들었어요.

 

물론, 특별한 것도 나오긴 했죠. 하지만 그건 핵심 개발자들의 몫이었어요. 그 외의 인력에겐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죠. 일반적인 팀원이 하는 일은 타 게임을 리서치하고, 성공했던 사례를 분석해서 핵심 개발자들에게 전달하는게 대부분이었어요. 창조적인 일이라기보단 정보 검색, 정리 능력이 중요했죠.

 

아티스트 Y : 제가 상상하던 업무는 유저들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내는 거였어요. 창의성을 요구받는 분야라 생각해서 지망생 시절부터 꾸준히 다양한 생각을 하고 그림을 봐야겠다 다짐했었죠. 하지만 막상 현업에 들어가니 좋아하는 분야 뿐만 아닌 UI, 캐릭터 이펙트 등 다양한 업무를 맡게 되더라구요.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기간 안에 아트는 완성해야하고. 일을 알려줄 사수도 없어서 처음에는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당시 근무한 회사가 속도를 중시해서 퀄리티는 덜 보셨단 점 정도네요. 덕분에 이 기간 다양한 툴 사용법을 습득할 수 있었어요.

 

프로그래머 L : 이렇게 들으니 저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 같네요. 전 이미 업계에 진출한 선배, 취업 설명회 등을 다니거나 게임 회사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업계가 어떤 분위기인지, 일하는 방식이 어떤지 미리 알아두고 들어갔거든요. 워낙 준비를 잘 해서인지 특별히 적응에 어려운 부분은 없었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동화돼서 몇 년 전부터 있던 사람 같단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업무 부분에서만 살짝 어려움이 있었어요. 순수한 개발만 생각한것과 유지보수의 존재유무를 아는 것의 차이라고 해야할까요. 대학교때 경험했던 프로젝트들은 종료와 함께 끝이 나는데, 실제 업무는 끝이 나지 않으니까요.

 

우정혁 기자 : 결국 자유로운 분위기와 토론,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입사했지만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는 얘기군요.

 

개발자 A : 지망생 시절에는 경험이 없으니, 각 직군에서 기대하는 능력이 어떤건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거든요. 예를 들어, 보통 지망생들은 아트라고 하면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림도 잘 그려야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걸 한 치의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해요.

 

기획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게임 기획이라고 하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걸 다른 개발자들에게 전달해서 개발을 진행하는 위치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기획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보다는 나온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하도록 설계도를 제작하는 직종에 가깝거든요.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티스트 N : 지망생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줄 아는데, 조금 차이가 있어요. 누군가 원하는 것을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이 기준에 들지 않으면 완성품의 퀄리티는 전혀 상관 없죠. 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거나 재미를 붙이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작업하시게 되는 분도 여럿 봤어요.

 

우정혁 기자 :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확실히 존재하는군요. 혹시 일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힘든점은 없었나요?

 

아티스트 N : 저는 기획자 분들하고 충돌이 좀 있었어요. 기획자 계통 분들 중 상당수가 아트 쪽을 잘 알지 못해서 기획을 너무 쉽게 아무거나 던지곤 하셨거든요. 느낌적인 느낌으로 던진다 해야하나? ‘이 검이 아르누보했으면 좋겠는데’ 라던지 ‘좀비인데 사람 느낌이 많이 나야해요’ 한다던지, 이 부분들에 대해 질문을 하면 아트가 알아서 해야한다 말하고는 본인 일을 하러 가버려요.

 

기획 뿐만 아닌 프로그래밍 파트에도 해당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결정권자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저에게 업무를 전달하는 경우가 그랬습니다. 신입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다른 파트에서 온 요청도 해야하는 일로 알고 작업하는데, 이 부분으로 팀장의 추궁도 받았죠.

 

기획자 J : 아트팀에게 추상적인 느낌 위주로 전달해야해서 조금 힘든 부분이 있어요. 기획자 입장에선 나름 열심히 준비해 설명하더라도, 아트측이 명료하다 느끼지 못하면 충돌이 발생하거든요. 막상 제대로 전달 된 듯 해도 결과물이 기획과 다르게 나와버려 재작업을 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고요. 아트 파트는 가장 정형화하기 힘든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벌어지는 문제 같아요.

 

개발자 A : 저는 오히려 프로그래머와 협업이 힘들었어요. 프로그래머에게 ‘이렇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세요’라고 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기능을 만들어주세요’라고 해야 되는 일이더라구요. 그 시스템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기획자가 전부 생각해둬야 하는 거 였어요. 처음에는 이걸 몰라서 굉장히 해맸습니다.

 

프로그래머 L : 프로그래머들 입장에선 양 측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많습니다. 프로그래밍은 정직한 작업이라 기획자가 해달라는 만큼의 결과물만 나오게 됩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건 무리에요. 0은 0이고 1은 1이죠. 가능하면 프로그래머가 시간 내에 가능한 능력으로 소화할 수 있는 명확한 기획서를 전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티스트 분들께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프로그래머는 기획자가 만들어낸 기획서를 참고해 그래픽 리소스와 사운드를 조립하는 작업을 하는데요, 최종적으론 업무 프로세스가 기획→그래픽→ 프로그래밍 순서로 구성됩니다.

 

뒤쪽으로 갈 수록 작업 타이밍이 늦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늘어납니다. 아티스트 분들도 바쁘신건 알지만, 프로토타입 개발이라도 빨리 해야 전체적인 개발 시간을 벌 수 있으니 더미 데이터라도 빠르게 만들어 넘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티스트 N : 그런 부분의 작업이 늦어지는건 죄송스럽긴해요. 그래도 기획 쪽에서 갑자기 이미지를 바꾸거나 수정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이렇게 되면 아무리 프로토 타입 이미지라 해도 전체적인 재수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겨요.

 

프로그래머 분들이 보시기엔 프로토 타입 이미지의 제작이나 수정이 어렵지 않다 느끼시는 것 같은데, 의외로 이런 이미지 하나도 기획팀을 비롯한 각 팀장들 컨펌이 나지 않아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적 업무 방식에서 나온 맹점이라 봅니다.

 

꼭 프로토 타입이 아니더라도, 아트쪽 작업물은 기획자들에게 컷을 당할 때가 많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다는건 알지만 속이 상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트쪽에 업무를 너무 대충 던져주시는 기획자도 많구요. 배려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티스트 Y : 디자인 직군 종사자들은 그림의 퀄리티에 좀 욕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 때문에 위와 같은 일이 생가기도 해요. 하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야근과 철야를 반복해도 할당된 일정 안에 끝내는게 고작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완료돼 나온 결과물을 마주보기 힘들 때도 있어요. 애정을 담고 그림을 그리는게 아니라, 잉크젯 프린터기가 되어 그림을 뽑아내는 기분이죠. 타 파트에서 보시기엔 어떠실진 모르겠지만,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서로간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下편에서 계속>

 

break9874@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