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기획] 게임업계 종사자가 바라본 현 주소와 미래(下)

현업 기획자·아티스트·기획자들이 지망생들에게 전하는 특별 토론회

우정혁 기자 | 기사입력 2017/04/21 [10:29]

 

 

브레이크뉴스 우정혁 기자= 국내 게임시장이 산업의 한 축으로 떠오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대형 게임사들은 매출 1조클럽을 바라보고 있는 등 ‘규모의 경제’도 실현되고 있다. 그에 발맞춰 게임계에 발을 담그고 싶은 지망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업자들은 게임업계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며, 섣불리 접근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지망생 시절 부푼 꿈을 가지고 입사했던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얘기할까. <브레이크뉴스>는 경력 5년차 이하의 기획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등 5명과 게임계에 대한 토론을 나눠봤다.<편집자주>

 

 

우정혁 기자 : 지금까지 여러분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이상과 현실과의 차이가 있었고, 부서간의 협업이 결국 일과 스트레스로 작용했군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른 주제로 넘어가 보죠. 현재 여러분들은 게임산업에 직접 몸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게임 업계와 산업, 문화는 어떤가요?

 

아티스트 N : 현재 게임 업계는 상황이 좋지 않아요. 회사가 점점 줄어들고 일자리가 줄어들며 업계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연봉이나 급여를 덜 주는 회사도 있고, 신입들 연봉을 후려치는 경우도 많죠. 이런 부분으로 고민하고 있는 제 주변인도 있어요. 건강이나 공부 등 개인 사정으로 잠시 일을 쉬던 경력자들도, 막상 입사 직전에 연봉을 보고 내가 정말 이 회사에 맞춰서 하향 지원 해야하나 하고 고려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건 신입도 마찬가지에요. 처음 들어간 사람에게는 연봉을 후려치는 일이 잦기도 하구요. 이런 부분 때문에 가방끈을 더 늘리거나 실력을 더 쌓아 처음부터 좋은 대우를 받고 들어가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요.

 

아티스트 Y : 요즘 게임업계는 불황인게 느껴지는 수준이죠. 문을 닫는 회사도 많다고 들었구요. 신입은 안 뽑고 경력자만 찾는 상황인데다 경력자들도 쉽게 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에요. 게임업계가 발전하려면 계속해서 인재들이 유입돼야 하는데 신입부터가 걸러져버리니 조금 위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티스트 N : 막상 취업을 해도 걱정이 많아요. 특히, 투자금에 대한 부분이요. 보통 게임 제작비용 몇백억 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이런 돈을 투자자들이 처음부터 전액 지급하는게 아니거든요. 개발자들 입장에선 어떤 기업이 우리한테 투자했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실질적으론 투자금들이 쪼개져서 들어와요. 돈을 나눠서 지급하다가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결과물이 나오면 남은 투자금을 주지 않는 형태에요.

 

이런 부분이 한국 게임계의 천편일률적 양산형 게임 출몰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쪼개 주지 않고 개발사를 믿고 넉넉하게 한 번에 지급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더 좋은 퀄리티의 게임이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업계를 믿고 개발자를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래머 L : 지금 나오는 수 많은 게임들은 높으신들이 좋아할만한 게임, 돈만 땡기고 빠지는 뽑기게임, 투자자들이 원하는 게임 일색입니다. 아무리 기획자들이 열심히 기획하고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들이 열심히 만들어도 윗선에서 뒤집어 엎어지고 만들다가 엎어지고 하는게 다반사죠.

 

작은 회사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회사 이름으로 출시하긴 역부족이기 때문에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서 게임을 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퍼블리셔의 입김이 너무 많이 작용해서 결국에는 처음 기획과 완전히 틀어진 게임이 되죠. 지금 한국에 나오는 거의 모든 게임은 퍼블리셔, 회사 임원,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게임. 어떻게 유저 지갑을 털어낼까 하는 게임 뿐이라고 봐도 됩니다.

 

기획자 J : 업무 환경도 좋다곤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다들 알시다시피 야근이 너무 당연시되는 부분이 있고. 실제로 야근을 얼마나 자주 자발적으로 하느냐, 이것이 새로 팀원이 들어왔을 때 평가의 절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저희 프로젝트는 개발 기간이 길었던만큼 새 팀원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가지지 않았어요. 업무 등에 있어 기존 규칙과 양식이 많다보니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덕분에 얼마나 빨리 업무를 파악했느냐를 보는게 아닌, 얼마나 오랫동안 업무를 하고 있는가를 중요시하시더라구요. 업무 숙달 속도보단 ‘내 눈앞에서 신입이 얼마나 오랫동안 업무를 하고 있는가’를 더 우선시하는거에요. 이 부분은 타 업계의 나쁜 관습과 비슷하다 생각해요.

 

프로그래머 L : 급여문제도 있죠. 게임업계의 거의 대부분은 포괄적 임금제를 시행합니다. 얼마전 무한도전에서도 이슈로 나왔던 주제죠. 야근과 휴일출근을 하더라도 추가수당 없이 계약된 급여만 받는거에요. 게임업계의 모든 곳이 그런건 아니지만 야근과 휴일출근을 밥먹듯이 합니다.

 

특히, 구로의 등대라고 불리는 모 회사가 유명했죠. 노동력을 투입하는 만큼 얻는 대가가 너무나도 적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을 떠나는 개발자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셧다운제 등으로 게임업계에 규제를 거는것도 있지만 문제는 업계 내부에 있는거죠. 게임 강국 한국이라는 말은 옛말입니다. 어지간한 실력있는 개발자는 돈 많이 주는 나라를 찾아 나가는게 현재 실정이죠. 특히 중국으로 인력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Y : 야근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게임업계 하면 야근이라는 단어가 필수 꼬리표로 따라붙는데요, 너무 타이트한 일정으로 인한 필수성 야근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자 개인의 시간을 보내며 휴식도 취하고, 기분전환도 해야 계속해서 장기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텐데, 지나친 야근이 계속되면 언젠가 탈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티스트 N : 다른팀이 야근한다하면 연결되지 않은 다른 파트까지 필요 없이 다 같이 야근하는 분위기가 깔려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근비를 주지 않는 회사도 많죠. 물론, 출시가 너무 가까워서 그런 건 모두 이해해요. 이런 긴급 상황이 아닌 이상 단지 분위기만으로 야근을 만들거나 주말 수당을 주지 않는 문화는 좋지 않다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말하면 회계 분들은 이게 다 연봉에 들어가 있다고 이야기하시는데,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어요. 포괄적 임금제 때문이라 해도 어느 정도의 보상은 보장을 해줘야 할텐데. 그럼에도 계속 일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에게 돈이 급하거나 커리어가 끊기는게 싫거나, 업계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버티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부분을 이용하는건 좋지 않죠.

 

프로그래머 L : 이직 역시 매우 잦습니다. 평균 근속년수 2년 이내, 연봉 협상을 하더라도 너무 적게올라가기 때문에 이직하면서 연봉을 올리는게 일반적이죠. 업무가 잘 맞지 않아서 이직을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게 어느 게임회사를 가도 업무 프로세스는 비슷한 편이라서요. 망하는 회사도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기 때문에 타의로도 이직하는 경우 또한 많은 편입니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신다면 게임업계 만큼은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싫어하는게 하나 있는데요. 다른사람이 짠 코드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겁니다. 프로그래머마다 코딩 스타일이 다른데 거기에 추가 작업을 한다면 뭔가 빼먹고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버그가 나고 불안정한 경우가 많죠. 이직이 잦다보니까 이런 상황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스파게티 코드’라고 불리는 알아볼 수 없는 코드가 생겨버려요. 그럼 그 프로젝트의 생명은 끝나버리는거죠. 오래된 게임의 업데이트가 끊기는 이유 중 상당수가 여기에 있어요. 이직만 조금 적어지더라도 코드 담당자가 바뀌는 횟수가 적어질테고, 스파게티 코드가 생길 가능성도 적어지거든요. 이 부분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우정혁 기자 : 산업적 측면이 아닌, 게임을 직접 제장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업계 상황은 알려진 사실보다 심각한 수준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업계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프로그래머 L :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는 도태될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취해 새로운 기술, 예를 들면 VR이 되겠군요. 이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플랫폼에만 안주한다면 분명히 뒤쳐지는 날이 올 것입니다. 특히, 프로그래머들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만 발전할거라 생각합니다. 구식 기술과 엔진만으로는 더 이상 있을 자리가 없어지고, 새로운 개발자들은 치고 올라올테니까요.

 

기획자 J : 지금 게임 업계가 체계화가 되고 시장이 커짐에 따라 창의적이고 독특한, 게임업계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작품이 잘 나오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RPG 부분을 보면 특히 그렇죠. 국가별로 획일화 되고 있는 규칙이 있어요. 신작도 출시 텀이 점점 길어지고 있구요.

 

사람들이 익히기 쉽고, 즐기기 편한 것으로 굳어져가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같이 ‘약속된 흥행 공식’에 익숙해지는 느낌이죠. 획일화된 틀을 깨고 초창기 게임 개발 시기를 리마인드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미래도 점점 굳어지고 조금씩 무너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티스트 Y : 요즘은 아이디어 싸움인것 같습니다. 재미만 보장되면 유저들은 그 게임을 엄청나게 즐겨주시는것 같아요. 똑같은 유형의 게임들이 많이 범람하는 이시기에 서로 베끼기보다는 좀 더 신선한 재미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려운 이야기인것은 알고 있지만 과금유도와 뻔한 진행방식이 위주인 게임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게임업계의 발전은 더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티스트 N : 개인적으론 PC 온라인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금 상황을 봐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요. 향후 한 수년은 더 모바일이 강세이지 않을까 싶네요. VR을 포함한 새로운 플랫폼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A : 이미 게임은 엄연한 대중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죠.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게임에게도 다른 대중문화들과 같은 책임이 많이 부여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게임들은,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게이머를 위한 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겁니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지금보다 더 크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게임에 관심 없던 사람들을 위한 게임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런 게임들이 많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정혁 기자 :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답변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긴 인터뷰 진행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게임 업계에 바라는 것들에 대해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개발자 A : 아무래도 제일 바라는 건 역시 개발자의 복지겠네요. 복지라고 해서 거창한 걸 얘기하는 건 아니고, 개발자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이라는 게 열정만으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개발자들이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보편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티스트 N : 개발 과정에서 CEO나 사장님의 개입은 좀 적었으면 좋겠어요. 가끔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야근이 좀 사라졌으면 하는거. 쉽게 바뀌지 않을 거란건 알지만 천천히라도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환경이 좋은 게임을 만든다 생각하거든요.

 

프로그래머 L : 제발 일 한 만큼의 댓가를 받을수 있도록. 사람다운 삶을 살수 있도록. 저녁은 집에서 먹고 제 시간에 푹 자서 다음날에는 멀쩡한 정신으로 또 열심히 개발할 수 있게. 이건 여담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인데 시간을 2배로 투자한다고 결과물이 2배가 되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날엔 0.5배가 될수도 있어요.

 

기획자 J : 해외 게임을 본다면 ‘저니’, ‘압주’ 등의 예술성있고 독특한 방향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시도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늘상 즐기던 것을 또 즐길 것이다는 매너리즘적 사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게임을 제시하고, 그것을 플레이하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티스트 Y : 본인의 선택에 의한 야근문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강제로 너무 무리한 일을 단시간에 주는 시스템은 분명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개개인의 행복을 위한 구조로 진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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