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창간 14주년 기획] 이 시대가 낳은 2030 워킹푸어의 애환
대기업 사원부터 푸드트럭 창업자까지 “나는 워킹푸어다”
 
김민주 기자   기사입력  2017/04/21 [15:02]
▲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 © 드라마 ‘미생’ 공식 홈페이지


브레이크뉴스 김민주 기자
= 직장살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시집살이’에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빗댄 신조어로, 요즘 직장인들의 애환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용어다.

 

사회초년생들은 취업한파를 어렵게 뚫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있지만, 대개는 ‘워킹푸어’로 전락한다. 힘들게 노력해 취업에 성공했고 열심히 일도 하지만 가난에선 벗어나고 있다고 느끼진 못한다. 그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더욱 크다.

 

한 업체에서 직장인 1143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푸어족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70.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이미 스스로를 '워킹푸어'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도 있고, 돈도 벌지만 그들은 왜 스스로를 비하에 가까운 말인 '워킹푸어'로 부르고 있을까. 이에 <브레이크뉴스>는 본인을 ‘워킹푸어’라고 생각하는 2030 직장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대기업 신입사원, 선망의 직업이라고? 생활비 내기도 ‘빠듯’

 

극심한 고용한파 속에서 당당히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1년 차 박모(31)씨.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구직자들에게 박씨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정작 본인은 1년 만에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박씨는 “졸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고, 놀 수는 없으니 전공에 맞춰 취업할 수 있는 제조업 회사에 모든 이력서를 다 넣어봤다”며 “그중 하나가 이곳이지 처음부터 이 회사를 다니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도 아니고 힘들어서 현재 이직을 고민중이다”면서도 “다른 곳을 가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하고 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씨는 “다른 사람들은 좋은 회사 다니면서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을 다녀도 주거비와 자동차 유지비, 보험료 등 고정지출을 빼고 나면 한 달에 빠듯하게 모아도 100만원이 될까 말까다”며 “내 주변을 살펴봐도 공무원, 회사원 할 것 없이 모두가 빠듯하게 생활비 내기 바쁘고, 학자금 대출까지 있는 친구는 더 부담이 크다. 결국 나중에는 카드값을 갚기 위해 돈을 벌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결혼이나 미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씨는 “집값이 워낙 비싸서 결혼부터 자녀계획까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이대로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하게 되면 대출 인생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과연 그것이 행복한 삶일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결혼식 축의금, '5만원? 10만원?' 고민해야하는 내가 싫다

 

대기업 계약직 1년 차인 이모(25)씨는 다음 달에 있을 친한 선배 결혼식 참여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친한 선배 결혼식이 있는데 얼마를 내야 될지를 모르겠다”며 “내 상황이나 수준을 생각하면 10만원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선배와의 친분을 생각하면 또 5만원만 내는 건 미안해져서 계속 고민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인터뷰 내내 자신을 위한 작은 소비마저도 사치로 느껴지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회사에서 월급으로 받는 돈은 한달에 160만원인데, 생활비 충당하고 나면 학자금 대출을 못 갚을 때도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정말 좋아하던 뮤지컬도 예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때때로 3만원짜리 립스틱을 사면서 기분 전환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하고 싶어도 참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결혼 역시 자신에겐 사치라고 말했다. 당장 눈 앞에 놓인 계약 연장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결혼과 자녀 계획을 걱정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주변 동료들은 계약 연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좋게 말해주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좋은 선례만큼 나쁜 선례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운이 좋아 계약이 연장되면 이 월급이라도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생각하기도 싫다”고 전했다. 

 

창업하면 현실은 달라질까?

 

강원도 강릉에서 한 건설 회사를 다니다가 최근 푸드트럭을 창업한 최모(30)씨가 해주는 말도 '씁쓸한 현실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최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틀에 갇혀 사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겨우 취업에 성공한다면 결혼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고, 또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돈을 모으는 삶이 너무 싫었다”며 “전형적인 가장으로 살아가는 사수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살기 위해 내가 이렇게 공부를 했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다니면서 한편으로는 결혼하기 전에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그걸 계기로 친구와 함께 살면서 동업을 하게 됐다”며 “음식뿐만 아니라 의류 등 분야에 상관없이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 중 푸드트럭이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최씨에게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최씨는 “야시장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장사가 잘 된 것 같아도 막상 재료비나 입점비,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수중에 10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최씨는 “돈을 열심히 벌어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집도 못 사는 이 현실이 너무 당연한 사회 구조라 별다르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며 “지금 돌이켜보니 푸드트럭을 하는 이 순간에도 직장을 다니던 시절과 똑같은 워킹푸어다”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하고싶은 일 했더니..월급은 고작 100만원

 

애당초 결혼을 포기한 채 열정 하나로 버티고 있는 양모(27)씨는 원래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이 원하던 교사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양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고 싶어하던 언론계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원했던 일을 하면 좀 행복할까? 그러나 양씨는 하고 싶었던 일이라 매 순간 참고 버틴다고 했다.

 

그는 “이 언론계가 박봉이라 3개월 차인 지금 겨우 10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열정 하나로 버티고는 있지만 현실은 어려움이 많다”며 “새벽 1~2시에 귀가하는 건 물론, 주말에도 출근하면서 열정 하나로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늘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이렇게 일을 하면서 결혼은 절대 못하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누군가를 만날 시간도 없고 모을 돈도 없으니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고서는 내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 현실의 걱정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많은 청춘들은 자신을 ‘워킹푸어’라 자조하고, 결혼이나 자녀계획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육아정책연구소가 20~30대 미혼 남녀 1073명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미혼자의 결혼 의향 및 결혼 가치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 중인 남녀 37.7%가 경제적 안정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인구동향 조사에서도 연간 혼인 건수는 2011년 32만 9100건, 2013년 32만 2800건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8만1600건으로 1974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워킹푸어의 실태에 대해 '단순히 젊은이들에게만 맡겨놓을 문제는 아니다. 제도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찬중 강남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정적인 예산 속에서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산업사회가 발전되면서 지출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데, 소득이나 다른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시적인 해결책이 아닌 장기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문화적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면서 “여러가지 사회문화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워킹푸어’ 양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낮은 임금도 문제지만, 그만큼 높은 집값도 문제”라며 “수도권에 집중포화된 일자리를 각 지역으로 분화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재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우 위원은 이어 “단순히 결혼 연령이 늦어지거나, 출산률이 낮아지는 등의 결혼 문제 원인이 ‘워킹푸어’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가치관 변화,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문화적 변화 요소도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break9874@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04/21 [15:02]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