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원어민 강사' 알고 보니 마약중독자!

[마약중독 영어강사 파문] 갱단 출신 마약범죄자가 버젓이 초·중학생 영어강사 노릇
소미연 기자 | 기사입력 2006/10/31 [20:17]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해 온 재미교포 출신 영어강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번에 검거된 원어민 강사들은 이민 영주권을 취득했으나 마약제조, 불법총기 사용, 강도 등 혐의로 영주권을 박탈당하고 추방된 범죄자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이들을 고용한 중학교, 학원, 구청 등은 영어 학습 열풍으로 강사가 부족하자 자격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고용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논란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명 학원 '원어민 강사' 알고 보니 마약중독자?

출입국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할 수 있는 비자(e-2비자)를 갖고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 8월까지 1만3천49명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약 3만명 정도의 원어민 강사가 6천여 외국어학원과 영어마을 대학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만여 명의 무자격 영어강사가 '원어민'이라는 간판을 달고 활동한다는 것. 국내에서 원어민 강사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 무자격자가 판을 치고, 범법행위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23일 서울, 경기 일대 유명 영어학원과 초·중학교, 동사무소에서 마약류를 복용하고 영어강의를 한 재미교포, 외국인, 이를 고용한 학원장 등 15명을 검거하고 이중 7명을 구속,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은 지난 9월 k를 마약복용 혐의로 검거하면서부터 물꼬를 텄다. k는 지난 2004년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검거된 적이 있으며, 모구청 공익요원으로 있었으나 근무를 이탈해 무리를 일으킨 장본인. k를 조사하던 경찰들이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은 어디서 나왔을까'하는 의문이 사건의 전말을 드러나게 했다.

k말에 의하면 영어학원 강사로 일해 수입이 있었던 것. 하지만 경찰의 조사결과 k는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했을뿐더러 미국에서 강도혐의로 추방당했다. 어떻게 영어학원 강사로 취직할 수 있었을까. 이 의문이 또 다른 피의자, 추방된 재미교포들을 관리하며 불법 취업을 알선한 브로커 a가 드러나게 됐다.

학원 알면서도 모르는 척

경찰에 검거된 브로커 a 역시 재미교포 출신이었다. a는 지난 2000년 불법총기 사용혐의로 강제 추방되자 지난 2003년7월부터 지금까지 남양주시에 있는 한 주택에서 원앤원(one and one english)이란 상호로 무등록 직업소개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장 위조해 불법 취업 알선, 사례비 3억 원 챙겨

인터넷 웹사이트(www.englishspectrum.co.kr)에 영어강사 소개 및 영어강사진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 미국에서 갱단으로 활동하다 강력범죄혐의로 추방된 자들과 외국인 들을 모집했던 것이다.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추방된 사람들의 대학 졸업장을 위조해 국내 영어학원에 취직시켰다. a 자신도 위조 졸업장을 이용해 서울의 한 구청 문화센터, 서울 양재동과 성수동의 중학교 2곳에서 '방과 후 교실'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a는 추방된 재미교포들에게 졸업장을 위조해주고 사례비 명목으로 모두 3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를 위해 k는 국내의 미국 추방된 범죄자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정기적인 모임을 주선하는 등 평소에도 이들을 관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의 범죄는 비단 이뿐이 아니었다. 지난 5월부터 a의 행각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국내에서 필로폰을 제조하는 데에 자금을 지원했던 것.

서울마포경찰서는 지난 5월10일 국제우편을 통해 필로폰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조, 투약한 혐의로 영어학원 강사 4명을 구속한 바가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염산에페드린 54병을 세 차례에 걸쳐 국제우편을 통해 들여왔다고 진술, 이들이 만든 필로폰 양은 20g 가까이 된다. 시가 1천2백만원이다.

이들은 5시간 만에 필로폰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제조기법이 확산될 가능성까지 암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물론 시민들이 긴장하기에 충분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바로 a.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구속된 영어학원 강사 4명은 이번 사건에서처럼 미국 영주권을 가진 이민자들로 미국에서 마약제조 총기난사 등의 혐의로 복역하고 추방당한 후 국내에 들어와 영어학원 강사 등을 하면서 생활했다. 이들은 경찰에 구속됐고 당시 a는 집행유예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이들을 고용한 중학교와 구청은 a의 직업소개소 등록과 제출한 졸업장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영어학원 안양점을 운영하는 학원장 j는 영어강사가 될 수 없는 관광비자로 입국한 사실을 알고도 미국 시민권자는 물론 불법총기사고를 일으켜 추방된 재미교포의 허위 학력증명서를 확인하지 않고 취업시킨 뒤 교육청에 강사 등록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단속을 받았다.

마약 중독자가 우수강사?

한편 경찰이 구속한 7명 중 6명은 미국 내 한인 폭력조직 소속으로 활동하다 불법총기 사용과 강도 등의 혐의로 강제추방 당했던 범죄자들로 밝혀졌다. 이들은 대학 졸업장을 위조해 지난 2000년부터 경기 안양 c어학원, 서울 강남 h어학원 등 서울과 경기 일대의 영어학원 불법 취업한 뒤 버젓이 원어민 강사로 일해 왔다.

갱단 출신 마약범죄자가 버젓이 초·중학생 영어강사 노릇

피의자 중 한명은 미국에서 악명 높은 한인갱단 'k.p.b'에 소속되어 강도 등 강력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추방됐다. 다른 네 명은 la갱단인 'l.g.k.k'에 소속되어 활동하다 마약제도, 판매, 불법총기 사용, 1급 강도 등 혐의로 추방되어 미 영주권을 박탈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 한인갱단 'cys'에 소속되어 활동한 시민권자인 사람도 있었다.

피의자 h도 최근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검거된 적이 있으며 안산 l영어학원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동료와 함께 대마를 상습적으로 흡입하다가 검거됐다. 특히 h의 경우 검거 시 학원의 본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전국 지부 학원 강사 중 '이달의 우수강사'로 선정되어 게재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필로폰, 코카인, 대마초를 상습 복용한 시민권자 및 외국인 강사를 검거했고 밝혔다.

경찰의 조사결과 추방된 재미교포들은 이태원이나 홍대클럽에서 다른 외국인을 통해 마약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마약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내국인 같은 경우 계좌추적이나 통화내역을 확인해 마약을 공급하는 통로를 찾을 수 있겠지만, 외국인을 통해 마약이 공급됐을 경우에는 수사에 한계가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관계자는 "브로커 김아무개가 관리하는 강사가 80여명에 이른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말해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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