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평화적이지 않은 해법은 모두 무의미”

소설가 한강 뉴욕타임즈 기고 “대리전 절대 원치 않는 사람들 한반도에 살고 있다”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7/10/10 [16:17]

 

▲ 6.25 전쟁과 사체 앞에서 통곡하는 여성.  사진/자료

 

노자는 “검무후생(儉武厚生)=무력을 삼가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노자는 도덕경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기원전 600년대 쯤이다. 노자는 “대군을 모아 전쟁을 하면 흉년이 들어 경제가 피폐해지고 병사가 주둔하면 전답은 황폐화 시키고 초목만 자란다(황종택 저 '고전 당신의 행동을 바꾼다' 참조)”고도 했다.

 

노자가 살던 그 시대에도 큰 전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분명하게 전쟁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언급했다. 큰 전쟁이 나면 경제가 피폐해지고, 나라가 황폐해진다고 경고한 것. 1950년부터 1953년까지의 한반도 전쟁이 노자의 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전쟁 3년 기간에 약 35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쟁을 이미 경험했는데도 제2의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위기가 조성돼 가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한번 치러본 국가이기 때문에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잘 알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채식주의자' '여수의 사랑' '소년이 온다' 등의 소설책을 펴낸 유명작가다. 올해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기고한 기고문이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10월7일자에 게재됐다. “미국의 전쟁 얘기에 한국은 전율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평화적이지 않은 해법은 모두 무의미하다” “대리전을 절대 원치 않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한강은 이 글에서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인은 매우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때가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긴장과 공포는 한국인의 마음 속 깊이 각인됐다. 특히 지난 몇 달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인의 불안도 점점 커져 왔다"면서 “한국인이 극한 상황에서도 차분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는 이유는 한국인이 북한의 존재를 보다 구체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북한의 독재와 그 아래 고통받는 주민을 구별하고 있으며,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전체론적 접근방식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이냐는 질문을 직시한다”고 썼다.


이어 “한국전쟁은 주변 강대국의 대리전 성격이었으며 이로 인해 수백만의 한국인이 사망했다. 한국전이 끝난 지 70년이 되어가는 현재 미국에서 나오는 얘기는 위험할 정도로 한국전쟁 당시의 그것과 닮았다.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우리가 승리할 것'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매일 2만 명의 한국인이 죽을 것' '걱정할 것 없다. 전쟁은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만 벌어질 것이다 등등"이라고 전하면서 “우리는 평화적이지 않은 해법은 모두 무의미하고 ‘승리’는 공허하고 부조리하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또 다른 대리전을 절대 원치 않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이 글의 결론에서 “수십만의 한국인은 지난겨울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통해 조용하고 평화적인 수단으로 사회를 바꾸기 원했으며 그것을 이루어냈다. 이렇듯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수천만의 한국인에게 누가 평화가 아닌 다른 시나리오를 얘기하려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소설가 한강의 뉴욕타임즈 기고문 전문을 청와대 홈페이지(외신 코너)에 소개했다. 아마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작가의 주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의 핵심인 “오직 평화”와 맥이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

 

한국에는 많은 작가와 성직자들이 있다. 평화에 이의(異意)를 달 작가나 성직자는 없을 것이다. 이미 거대한 전쟁을 경험한 한 한반도이다. 평화가 중요함을 세계에 널리 알릴 때이다. 소설가 한강의 짧은 글 한편이 미국인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전해주었듯이 다수의 한국인들이 평화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렸으면 한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다음은 소설가 한강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기고문의 전문이다.

 

[NYT]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전문>
-미국의 전쟁 얘기에 한국은 전율<전문> 2017-10-07

 

Now and then, foreigners report that South Koreans have a mysterious attitude toward North Korea. Even as the rest of the world watches the North in fear, South Koreans appear unusually calm.


No, it is not so. Rather, the tension and terror that have accumulated for decades have burrowed deep inside us and show themselves in brief flashes even in humdrum conversation. Especially over the past few months, we have witnessed this tension gradually increasing, on the news day after day, and inside our own nervousness.


One reason, even in these extreme circumstances, South Koreans are struggling to maintain a careful calm and equilibrium is that we feel more concretely than the rest of the world the existence of North Korea, too. Because we naturally distinguish between dictatorships and those who suffer under them, we try to respond to circumstances holistically, going beyond the dichotomy of good and evil. For whose sake is war waged?


The Korean War was a proxy war enacted on the Korean Peninsula by neighboring great powers. Millions of people were butchered over those three brutal years, and the former national territory was utterly destroyed.


Now, nearly 70 years on, I am listening as hard as I can each day to what is being said on the news from America, and it sounds perilously familiar. “We have several scenarios.” “We will win.” “If war breaks out on the Korean Peninsula, 20,000 South Koreans will be killed every day.” “Don’t worry, war won’t happen in America. Only on the Korean Peninsula.”


We understand that any solution that is not peace is meaningless and that “victory” is just an empty slogan, absurd and impossible. People who absolutely do not want another proxy war are living, here and now, on the Korean Peninsula.


We only wanted to change society through the quiet and peaceful tool of candlelight, and those who eventually made that into a reality..Who will speak, to them, of any scenario other than peace?

▲뉴욕타임즈 링크= : https://www.nytimes.com/2017/10/07/opinion/sunday/south-korea-trump-war.html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