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지방자치시대에 실질적 ‘지방분권’을 기대한다

민주주의 꽃 ‘지방자치’ 완결판 위해 로드맵 이행돼야

현경호 성결대 객원교수 | 기사입력 2018/07/11 [16:03]

지난 7월 1일부터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임기가 시작돼 7기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새로운 7기 지방자치단체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지만 지방자치의 한계로 인해 지난 시대와 똑같은 결말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지방분권학자들의 걱정도 많다. 그것은 행정․재정 등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면에서 자율성이 취약한 한계에서 기인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다. 

 

지방행정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고 지방분권을 강조했던 학자의 입장에서 필자는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현실을 예의주시하며 발전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씩 인터넷의 정치란을 살피면서 그 중에서도 지방분권에 관한 새로운 기사가 나왔는지 눈 여겨 보곤 한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이루고 있는 우리 정치가 국민의 원성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예전보다는  관심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지방자치와 관련된 정보의 유용성으로 인해 살피는데 요즘은 국회가 운영되지 않고 있으니 도움 될 자료들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

 

지난번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공약과 지방정책을 발표했고, 그와 관련해 지방분권 학자들이 이번 7기 지방선거에 당선된 단체장과 의원들은 과거와는 달리 지방이 진짜 중심이 되고 중앙행정과 대등한 입장의 지방분권이 활발히 추진될 것을 주문해왔다. 하지만 6.13지방선거로 지방권력까지 확보한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적폐를 철저히 조사하고, 청와대가 주체가 돼 지방을 감찰․쇄신하겠다는 보도가 나서 적이 걱정했는데 청와대측에서 오보라고 하니 다행이라 하겠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

그도 그럴 것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법인격이 다르다. 따라서 지방의 일에 대해 중앙정부가 일일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업무 중 국가위임사무와 국비가 지원된 사무에 관해서는 한계 내에서 책임을 따질 권한이 있겠지만 지방자치 사무 등이 많은 현실에서 지방에 관한 전권, 전반적인 감찰을 한다는 것은 지방자치 원리에도 어긋나는 일인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상호 협력하는 가운데 공생․발전을 도모하는 게 ‘중앙-지방’ 행정의 원칙인 것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지방분권학자들이 보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수준은 빈약한 편이다. 형식적으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주민의 손으로 뽑고,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을 대표해 행정과 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니 겉보기로는 엄연한 지방자치다. 그렇지만 실제적 업무 내용을 자세히 들어가 보면 지방행정의 곳곳에서 중앙의 통제가 심하고 지방의 자율권이 상당히 위축돼 있음을 부인할 바 없다.

 

자치단체장 스스로 자치조직권과 인사권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전 언론에 보도된 이야기지만 박원순 시울시장이 비서실 직제를 개편해 직원 한명을 추가로 채용하려고 해도 인력확충계획을 변경하고 중앙행정기관의 통제를 받아야 하니 힘이 든다고 푸념한 일이 생각난다. 인구 1천만 명의 대도시의 특별시장의 인사권이 이 정도니 다른 지자체가 행정·재정·자치입법 수행과정에서 겪는 애로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필자는 공직에서 30년 이상의 세월을 보냈다. 그것도 행정 변화가 빠른 수도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오랫동안 행정에 몸담았고, 시청의 국장직에서 퇴직한 이후에는 전공을 살려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경험한바 있고 지금도 겸임교수로서 도시행정학 등을 가리치고 있다. 따라서 지방행정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낱낱이 잘 알고 있고, 지방자치가 발전되려면 중앙정부가 법제적인 면에서 보장하고 지원하는 체제가 완비돼야 함을 평소에도 주장해온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이지만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각종 내용들이 행정안전부에서 마련돼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쳐 시행되고 있지만 전적으로 지방만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지방행정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행안부가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한 적이 있다. 중앙 권한의 획기적인 지방 이양, 강력한 재정 분권 추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등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인 주민자치를 강화하고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골고루 잘살 수 있도록 지역의 균형발전 추진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그 약속이 현실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튼튼해야 하는데, 그에 관점을 두고 김 장관은 국세와 지방세의 조세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나선바 있다. 현재 국세 대 지방세 대비 8 대 2 의 비율을 6 대 4로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후에 조세 비율 조정을 위한 후속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필자는 듣지 못했다.

 

▲ 현경호 성결대 행정학부 객원교수    ©브레이크뉴스

 

이 같은 조세비율 조정은 필자가 지방행정에 몸담던 시절에도 나왔던 이야기다. 그렇게 본다면 10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니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 되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지방자치단체 중에 자체수입인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직원의 인건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단체가 상당한 수준에서 지방자치를 논하고,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 마디로 우스운 일이 아닌가.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고무적인 일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지방정부’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무위에 그쳤지만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자치분권적 헌법 구조’ 개혁에 좌표를 제시한 것은 바른 방향타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치학자나 일부 언론에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사용한 것이 있지만 법상 용어나 공식적 용어는 아닌 것이다. 지방정부의 호칭 자체가 지방분권을 강화시키고 자치권을 신장하는 행위는 아니라 하더라도 진일보한 것이고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민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의 일’을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지방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에 관해 모든 일들이 지방의 권한으로 처리돼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적시한다면 지방의 여러 가지 문제, 즉 행정·재정·지역개발 등에 대해 중앙의 제약을 받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의사와 자력적 힘으로써 독립적·자율적으로 처리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진 것이다.

 

지방자치의 성공은 중앙정부의 발전과 직결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오랜 세월동안 지역주민들이 기다리며 기대했던 풀뿌리 민주주의 꽃인 지방자치의 완결을 위해서라고 법제도로서 지방재정권 확충 등 지방행정의 자주성이 완전 보장돼야 하겠다. 자치법규 규율범위 확대,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하는 일련의 일들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27년이 지났다. 다행이 현 정부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고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국민 모두가 바라는 분권시대가 활짝 열린 그 날이 빨리 찾아 왔으면 좋겠다. 314hyun@naver.com

 

*필자/현경호. 성결대 행정학부 객원교수,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처리 심사위원, 전 군포시 자치행정국장, 전 한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전 전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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