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과 현실의 공포

나성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1/04 [09:13]

 

 

노르스름한 빛깔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모듬전과 막걸리를 둘러싸고 8명이 둘러 앉았다. 지인들과 2018년 송년 모임이었다. 우리는 “내가 뽑은 2018년 나의 5대 뉴스”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친구가 낮은 목소리로 최근 겪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최근 문화강좌에서 컴퓨터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수업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다. 순간 교실은 혼돈에 빠졌다. 다행히 누군가 재빠르게 119에 전화를 걸었다. 119 상황실에서는 영상통화로 전환을 요청하였고 환자 영상을 확인 후 바로 심폐소생을 실시하게 했다. 쓰러진 40대 초반의 환자는 이미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해있었다. 구급차가 곧 도착했고 환자를 싣고 사라졌다. 그 후 환자는 생명에 지장 없이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같은 교실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이 남겨졌다. 그 사람이 쓰러지던 영상과 보라색으로 변한 얼굴이 머리 속 영상으로 맴 돌며 그때 충격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아직도 그 일이 문득 문득 떠올라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올 여름 대형 쇼핑몰에 설치된 가상현실을 체험했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자리에 앉았다. 가상세계에서 나는 단단한 철 창살에 둘러 쌓인 통을 타고 파란 바다 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주위에는 노란색, 빨간색 그리고 보라색 등 다양한 색깔 아름다운 열대어 떼가 손에 잡힐 듯 내 주위를 맴돌며 지나간다. 우아한 동작으로 해파리들도 유영하고 있다. 신비롭고 화사한 바다 세계에 나는 도취해 있었다. 내가 타고 있던 철 창살 통은 아래로 한없이 미끄러지듯이 내려 가고 있었다.  그때 상어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내가 타고 있는 철 창살 통을 한번 치고 간다. 관심없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안심을 했다. 그때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나를 향해 돌진을 한다. 사정없이 통에 부딪히고 통 앞에 설치되어 있던 쇠창살 문이 덜커덩거린다. 마침내 문이 떨어져 나갔다. 거대한 상어와 철 창살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마주했다. 이윽고 나를 향해 돌진한다. 심장박동은 점점 빨라지고 차마 눈을 계속 뜨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화면이 사라진다. 나는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뛰는 심장박동과 놀란 마음으로 인해 한 동안 흥분된 상태를 헤어나지 못했다. 잠시 주위를 걷다 보니 이내 그 공포감은 사라졌다. 다시는 내 인생에서 재생되지 않을 신기루 같은 영상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공포와 두려움은 오감을 통해 우리가 인식한 정보가 나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할 때 일어나는 생리적인 심리적 변화하다. 지인의 경우 목격한 사건처럼 자신도 갑자기 쓰러져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린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불행한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런 공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2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이런 두려운 반응이 생기는 것에 대한 긍정적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내 몸에서 경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주는 것이다. 다음은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불의의 사고가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나를 지탱하기 위해 내 심장이 잠시도 쉬지 않고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우리의 폐는 매순간 확장과 축소를 거듭하며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교환하고 있는 것을 상기해보라. 매순간 내가 살아있기 위해 정교하게 움직이는 한 생명체의 신비를 느껴 보라. 그러면 삶에 대한 감사와 설렘이 생긴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불행하다고 생각될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감탄과 경외를 느낄 수 있는 겸손함이 필요한 이유이다. 삶은 해석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살아가기 위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어디에 어떻게 초점을 맞출 것 인지에 관심을 두어야한다. 그 초점과 해석에 따라 두려움에 대신 감사와 기쁨의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sjn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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