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을 위하여-(242) 겹겹의 숨결로 품은 김정아 작가 개인전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4/18 [07:39]

생명의 바탕인 자연의 숨결들이 겹겹으로 퇴적한 역사의 흔적들을 깊은 울림의 감성으로 매만진 김정아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제7전시실을 찾았다. 지난 12일 개막된 전시는 오는 20일(토)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미술계에 뛰어든 블루스톤 갤러리(관장 김미영)가 주관한 전시이다, 김미영 관장은 김정아 작가의 작품을 우연히 접하면서 작가와 교분을 갖기 시작하여 작가의 맑은 심성이 투영된 작품에 이끌려 깊은 교감을 맺어왔다. 이러한 바탕에서 지난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 길에 소재한 블루스톤 갤러리에서 작가의 9회 개인전을 초대한 이후 연이어 대형 개인전을 주관한 것이다.
 
김정아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이후 프랑스 파리 제1 대학과 제8 대학에서 조형 예술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한 재원이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가 3년여간 준비한 ‘길·빛·결’ 주제의 근작 55점이 전시되었다. 작품들은 작가의 동양적인 사유의 감성과 서양화의 바탕인 사생 기법이 물결처럼 어우러졌다.

 

▲ 예술의 전당 7전시실 김정아 작가 전시회 (4.12~4.20) 사진 제공: 세모-해후 육현주     © 브레이크뉴스

 


작가는 동양과 서양의 감성과 기법이 녹아내린 작품을 통하여 인간 사회가 낳은 갈등과 모순을 짚어간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작가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동행의 메시지를 담은 ‘길’을 제시한다. 이어 작가는 소통이라는 맥락으로 ‘빛’을 담아내고 있다. 이는 세상은 그 누구나 소중한 존재라는 의식의 표현이다. 바로 빛은 그 누구에게나 명암을 드리우는 비춤으로 인간은 모두가 평등한 존재임을 의미한 것이다. 이어 작가는 이와 같은 인간의 내면에 담긴 다양한 본능과 이성의 흔적을 ‘결’이라는 주제로 매만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의식으로 그려가고 매만진 작가의 작품에 담긴 중심적인 맥락은 “겹(layer)”의 미학이다. “겹”이란 보편적으로 층층으로 포개진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시할 내용은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겹”에 대한 의식의 남다름이다. 이는 세상의 모든 자연과 삶의 시간성에는 흔적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그 흔적의 겹을 분리하지 않고 소통하고 녹아나는 화합을 통한 공존의 미학으로 추슬러가고 있다.

 

▲ 전시장에서 김정아 작가 사진 제공: 세모-해후 육현주     © 브레이크뉴스

 

이와 같은 작가의 깊은 사유의 행간을 헤아려 가면 생명의 가장 함축적인 언어인 삶에 드리워진 기억이라는 흔적을 매만지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특성적인 감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생명이 남긴 흔적과 자연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시간성에서 퇴적된 층층의 흔적을 함께 어루만져간 점이다. 이는 인간의 삶이 남긴 흔적이 단순하게 기억으로 남아버린 화석이 아닌 끝없이 교감하는 언어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작품으로 제시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감성이 철저하게 녹아내린 작품세계를 추구하였습니다." “이는 모든 예술이 추구하는 정점은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감성과 언어를 찾아 나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감성이 드러난 작품 앞에 서면 낡아버린 나를 보내며 새로운 나를 맞이하게 됩니다.”

 

낡아버린 자신을 보내며 새로운 자신을 맞이하는 작가의 전시 작품 드문드문 세상의 모든 불협화음을 삼킨 눈망울로 담긴 여인상에서 문득 새로운 자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대체로 표현과 구조의 상대적인 대비가 강하다. 이는 어떤 이즘 적인 경향의 추구가 아닌 작가의 정신세계를 앞세운 까닭으로 해석된다. 구조적으로 보면 동양적인 사유가 깊숙하게 느껴지지만, 작품은 여간해서 여백을 허용하지 않았다. 바로 작품의 구성적 주제인 “길(way)”과 “빛(light)”을 여백으로 품은 까닭이다.
 

▲ 김정아 作 감정의 결 41.5cmx75.3cm / 길 따라 162.2cmx 130.3cm     © 브레이크뉴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겹겹으로 품은 “결(matière-마띠에르(matière)”에 대한 작가의 분명한 의식에서 우리는 깊은숨을 고르게 된다. 보편적으로 표면의 상태를 나타내는 “결”의 영어는 그레인(grain)이다. 이는 나무의 결이라는 뜻에서 확고하다. 이와 함께 영어 그레인(grain)은 곡물의 낟알이거나 작은 입자를 뜻한다. 이는 프랑스어의 미술 용어에서 질감적인 표현으로 해석하는 “마띠에르(matière)”가 물질과 재료 그리고 주제와 연결된 내용과 맞닿은 말이다. 이는 결국 그 어원이 라틴어에서 물질을 뜻하는 “마테리아(materia)”라는 사실과 이는 라틴어의 어머니인 “마트레(matre)”의 연관성과 함께 그 어원인 그리스어의 어머니인 “미테라(μητέρα)”에서 유래된 사실이다. 


물론 이와 같은 내용은 오랜 역사의 복잡한 철학적 근원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철학사전에도 물질이라는 언어의 명쾌한 해석이 존재하지 못한 이유가 태초에 세상이 생겨난 배경의 많은 이야기와 얽혀있는 까닭이다. 결국 작가가 추구한 의식의 바탕인 “결(matière-마띠에르(matière)”이 가지고 있는 심중한 의미를 헤아려 보는 것도 관람자의 몫일 것이다.

 

필자: 이일영, 시인.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artww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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