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국민 영웅’이 된 ‘최영석 감독’을 아시나요!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지도자 최영석 감독...성공스토리[1]

손경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4/18 [12:59]

올해는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3∼4월에 행사가 참 많았다. 필자가 문화예술 활동에 간여하면서 생각해보니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고자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거사했던 3.1운동과 임정 수립은 뜻 있는 우리선조들의 빛나는 위업이었고, 그러기에 후손된 우리에게는 평소에도 애국지사들의 높은 조국애를 기려야 마땅하지만 특히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더 많은 행사로 그 숭고한 뜻을 기려야 한다는 마음이다.

 

필자는 대구예총에 몸담아 일하면서 국제 문화예술 교류 협력을 위해 외국에 자주 가는 편이다. 작년에도 12회에 걸쳐 콜롬비아, 쿠바, 필리핀, 일본, 중국 등지를 다녀왔고, 다음 주에는 중국 난징과 양저우에 예술공연을 하기 위해 출장갈 계획이니 바쁜 봄날의 일정이다.

 

▲ 최영석  감독.   ©브레이크뉴스

▲2010년 전무후무하게 태국 스포츠 대상을 두 번째 수상한 최영석 감독.     ©브레이크뉴스

 

특히 중국을 다녀올 때마다 가는 코스들이 하얼빈, 상하이 등으로 이곳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애국활동을 하던 주무대였으니, 공연과 국제교류를 마치고 난뒤 틈틈이 시간내어 안중근 기념관, 윤봉길 의사 기념관 등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일제 암흑기에 나라를 구하고자 몸과 마음을 바쳤던 충렬지사들의 애국활동을 이국 현지에서 보고 느끼며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말에 중국 하얼빈을 갔을 때도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고 그 위업을 기렸으며, 송화강변을 거닐면서 나라를 걱정했던 분들을 떠올리며 김동환 시인의 ‘송화강 뱃노래’를 소리내 읊기도 했으니 그때 기억들이 다시 떠오른다.

 

‘… 돌아다보면은 고국이 천 리런가./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온 길이 천 리나/ 갈 길은 만 리다.// 산을 버렸지 정이야 버렸나./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 몸은 흘러도 넋이야 가겠지.// 여기는 송화강, 강물이 운다야/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강물만 우더냐/ 장부(丈夫)도 따라 운다.(김동환 시인의 송화강 뱃노래 일부)

 

외국을 다니다보면 교민들을 많이 만나고 그곳에서 성공한 분들도 더러 만나는데 거의가 고국을 그리워하고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한다. 우리가 국내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정치, 경제 등 현상과는 다르게 고도 경제성장한 조국 덕분에 외국에 살면서도 긍지를 느낀다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그분들의 남다른 조국애에 그렇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베트남 총리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살면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우뚝 서고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많으랴. 문화예술인들 뿐만 아니라 체육인들이 무수하다. 우리가 잘 아는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 선수, LA다저스 투수 류현진 선수와 지난해부터 베트남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 등이 그들이다. 그 밖에도 필자가 모르는 이름난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허다한데 태국에 살고 있는 동생을 통해 뜻밖의 ‘슈퍼 코리안’ 한 분을 알게 됐다.      

 

올해 정초에 태국에 살고 있는 동생 태호가 한국에 나왔을 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잘 알고 있다는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소개해주었다. ‘태국의 히딩크’라는 것이다. 태국 국민이 ‘최영석 감독’이라고 하면 국민 영웅이라 치켜세운다고 했다. 또 베트남의 영웅 칭호를 받은 박항서 감독보다 더 일찍 알려졌다며 최 감독을 치켜 세우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베트남에서 한국인의 영예를 드높이고 있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12월에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아세안 축구연맹 스즈키컵대회에서 우승해 인기가 대폭발했고, 그로 인해 그해 12월말에 베트남정부로부터 우호훈장(3급노동훈장)을 받은바 있다. 그렇지만 최영석 감독은 2004년 올림픽에서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메달 획득에 유공한 공로로 2007년 2월에 왕실로부터 Direkgunbhrn 훈장을 받았다.

 

그 후 최 감독이 지도하는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49kg에서 첫 동메달 획득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확했다. 최 감독의 열성적인 지도로 태국이 올림픽 출전사상 4회 연속으로 메달을 땄으니 태국 국민들 사이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태국이 올림픽에 출전한지 오래됐지만 역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종목은 역도, 복싱 두 개 종목뿐이다. 그런데 한국인 최영석 감독이 2002년 부임하고부터 태권도 붐이 일어났고, 세계 150위권에 머물던 태권도 수준이 일약 4위 국가로 급성장했으니 태국 국민사이에서 인기가 어떤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게 볼 때에 최영석 감독은 대한민국 민간외교사절의 최고 선봉에 서 있는 한국인의 자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 2018.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49kg체급 금메달니스트 파니팍 선수의 태국 방콕에서 카퍼레이드 장면 (왼쪽 첫 번째가 최영석 감독).   ©브레이크뉴스

▲최영석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태국 국민들 사이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정작 그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태권도에 입문해 태권도의 명문인 성남 서중학교와 풍생고등하교를 나와 대학 4년간 선수로 뛰었고 마지막 은퇴경기였던 1999년 전국체전에 나갔지만 국가대표선수를 지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2000년 우연찮게 바레인 국가대표팀 코치를 하게 됐고, 그 후 2002년부터 태국으로 건너가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빛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코치를 맡은지 5개월 훈련 뒤 부산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때 여자 선수 두명이 결승전에 진출해 한국선수와 맞붙여 패해 은메달 두 개를 획득했는데 짧은 기간에 이룬 값진 성과였다. 그 노력이 태국 태권도 관계자에게 돋보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까지 계약이 연장됐고 마침내 올림픽에서 출전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어낸 것인데, 한 마디로 최영석 감독의 절대적인 노력과 지도 덕분임을 태국에서는 잘 알게 된 것이다.

 

17년간이란 오랜 세월동안 정성을 다한 지도 덕분에 태국 태권도는 급신장하여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현재 태국 태권도는 종주국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동생이 전해준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필자가 각종 자료를 통해 입수한 정보로 볼 때에 최영석 감독의 이미지는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데 족하다.

 

그렇지만 태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동생이 전해주는 이야기, 태국 현지에서의 인기도와 지명도는 그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이미 그는 태국 황실 훈장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태국의 체육인으로는 가장 큰 영예인 ‘씨암낄라 스포츠대상’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2010년에는 태국 스포츠대상을 다시한번 받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그만큼 최 감독이 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고 인기가 높다는 증거인 것이다.

 

태국은 예부터 ‘무에타이’ 무술의 나라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통 무술 무에타이보다 태권도 인기가 더 높다. 그, 이유는 ‘스타 지도자’ 최영석 감독이 17년간 태국에서 뿌리내린 태권도 보급과 태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열성적인 지도로 인한 괄목할만한 성과로 인해서다. 걸출한 지도자 한 사람이 바꿔놓은 많은 변화들, ‘감독 목숨 파리 목숨’이란 말이 있듯 결과물을 놓고 따지는 체육 풍토에서 17년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외국에서 태권도라 하면 종주국인 한국을 떠올린다. 태권도 하나만으로도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판에 강산이 한번 변하고 두 번째 변하는 오랜 세월동안 태국에서 태권도를 보급해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게 한데는 ‘최영석’이란 걸출한 지도자 때문이라는 데는 태국에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고 한다.

 

▲ 손경찬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필자도 처음 동생으로부터 한국에서 히딩크 인기보다. 또 베트남에서 박항서 축구 감독의 인기보다 더 오랫동안 태국국민의 인기와 사랑을 받으며 태국의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는 최영석 감독에 대해서는 긴가민가했지만 각종 태국 현지 자료 등 사실관계를 따져볼 때에 이만큼 뛰어난 스포츠 지도자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최 감독은 빼어난 스타 지도자였다.

 

더욱이 그의 의리는 대단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두고 태권도 강국으로 변신시킨 최 감독에게 각국에서 더 후한 연봉을 주겠다고 제안받고 있지만 자신에게 감독의 기회를 주고 국민들이 전폭 지지하는 현실에서 태국의 태권도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언론에서 밝혔으니 참다운 스포츠 지도자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이 흔들림 없는 지조와 뚝심이 오늘까지 그를 우뚝 솟게 만든 근본이 아닐까.

 

자랑스런 한국인 최영석 감독. 이쯤 되니 태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칼럼니스트, 시인. 수필가. 대구예총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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