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광팬 민윤기 시인 ‘서서, 울고 싶은 날이 많다’ 시집출간

시 대중화 운동가 민윤기 시인… 왜 방탄소년단(BTS) 광팬 되었나?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19/06/04 [16:52]

▲ 민윤기 시인. 시 대중운동가인 그는 지난 2017년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의 해’를 맞아 ‘윤동주 100년 생애 사진전’, ‘윤동주 100년의 해 선포식’, ‘K-POEM 캠페인’, ‘윤동주 문학기행’ 등 영원한 청년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행사를 일 년 내내 펼치기도 했다.   ©브레이크뉴스

방탄소년단(BTS) 광팬으로 알려진 민윤기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서서, 울고 싶은 날이 많다』가 서점에 나오자마자 독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966년 6월, 대학 2학년 때 <시문학>에 김현승 문덕수 시인 추천으로 시단에 나온 민윤기 시인은 2014년부터 6년째 <월간 시>를 만들며 ‘시의 대중화 운동’을 펼치는 한국 시단의 ‘괴물’로 통하는 시인.

 

시 대중운동가인 그는 지난 2017년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의 해’를 맞아 ‘윤동주 100년 생애 사진전’, ‘윤동주 100년의 해 선포식’, ‘K-POEM 캠페인’, ‘윤동주 문학기행’ 등 영원한 청년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행사를 일 년 내내 펼치기도 했다.

 

민윤기 시인이 밝힌, BTS광팬이 된 인연은 관심을 끈다. BTS멤버 중 리드래퍼를 맡고 있는 ‘슈가’ 민윤기와 이름이 같다. BTS가 발표하는 노래마다 단순히 남녀 사이의 연애를 소재로 하지 않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정신분석학자 칼 융, 디오니소스, 김춘수의 시, 니체의 철학, 영화 화양연화, 페르소나 같은 시대를 뛰어넘는 폭넓은 인문학적 주제를 활용한다든지, 3포세대, 학교폭력, 청년실업의 문제와 세월호와 5.18 등 우리 역사의 고통을 가사로 만드는 등 이제까지의 국내외 여느 뮤지션들과는 다른 활동을 벌여온 데 민윤기 시인이 공감했기 때문.


이 때문에 민윤기 시인은 그가 펴내는 시 잡지 <월간 시>에 BTS를 취재하여 소개했다. 방탄소년단이 연습생 시절 합숙했던 합숙소, 단골식당, 거의 매일 저녁 휴식할 때마다 들렀던 뚝섬 한강 가를 취재하는 한편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만들었는데도 전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가사 전문을 소개했다. 이런 취재기사를 통해 민윤기 시인은 최근 한국의 현대시가 독자를 잃어가고 ‘시인들만의 지적 사치품’으로 전락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이 점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집 제목, 왜 “서서, 울고 싶은 날이 많다”고 했나?

 

▲BTS의 슈가  민윤기.     ©브레이크뉴스

BTS의 가사처럼 민윤기 시인의 시 역시 소재를 가리지 않고 용감하고 직설적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시적 표현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들이댄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거침없이 표현하는가 하면 거꾸로 가는 역사, 자본주의가 점령한 먹거리인 치킨, 솔직하게 토로하는 시의 무력함,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우주선으로 그리는 상상력 넘치는 환타지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사물을 빗대 사회적 현상을 발견해내고 있다.

 

또한 BTS 음악의 주요 주제인 “편견과 억압을 막아낸다”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시들도 여러 편 수록했다.

 

한편 지난 2년간 광화문에서 체험한 촛불과 태극기 현상이 역사를 ‘거꾸로’ 가게 하는지, 바로 흐르는지 날카롭게 관찰했다.

 

시인은 말한다. “서정주 시인을 키운 게 8할이 바람이라면, 민윤기의 시를 키운 건 8할이 ‘시대’였다.” 

 

▲ 민윤기 시인의 시집.    ©브레이크뉴스

민윤기 시인의 시 4편을 소개한다. 

 

광화문에서는

 

광화문에서는
역사가
일상처럼 지나간다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흔들고


시대의
격랑이 흘러간 후


시민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커피를 마시고
시집을 읽는다


시대의
열망과 증오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았던 사람들과
어느 편에든 섰던 사람들은
버스를 기다리고
전철을 기다리며
헤어지고
또 만난다


광화문에서는
일상이
역사처럼 지나간다

 

내 시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내 시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힘내라 포기하지 마라 당신은 할 수 있다
큰소리로 꼬드기며 들이대지 않겠다


내 시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괜찮아 살아 봐 밑져야 본전이다
손잡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지 않겠다


내 시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덤빈 이세돌처럼
돌을 던지지 않고 바둑을 두지 않겠다


내 시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그건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젊은 날의 실수를 아직도 반복하는 것이겠다

 

수사법修辭法


시에도 세금이 붙습니다
시에도 헌법이 생겼습니다
시를 쓰기 위해 밤을 새는 시인에게는
과태료를 받습니다


시를 낭비하지 마세요
가중처벌을 받습니다


어둡다,는 말에서 어둠이
무섭다,는 말에서 무서움이
괴롭다,에서 괴로움이 되는
간단명료한 수사법으로 시를 쓰세요


시인의 마을 어귀에는 ““이곳은
사치스러운 말을 많이 쓰는 특별지구”라는
팻말을 붙이세요


시인들은 이제 시를 청소하러 나가세요
쓰레기는 시인 몫, 시는 하느님 몫이지요?

 
행복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겠다
방안에는 집 밥 냄새 가득하고
빨랫줄에는 속옷들이 뽀송뽀송하겠다
웬수 덩어리 귀신은 뭐하길래 안 잡아가누 하며
고단하게 잠든 가족 얼굴에는 신호등 같은
삶의 암호가 적혀 있겠다


아침에 갈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겠다
쥐꼬리 같은 수입이라고 투덜대지 마라
로또 당첨 꿈꾸며 짜증 나는 꼰대들 틈에서
때문에 때문에 때문에 네 탓 세상 탓
그래도 할 일이 있으니 그게 살맛이겠다


안부 물어오는 친구 한 명이라도 있는
사람은 행복하겠다
뭐해? 괜찮냐? 궁금해서 보내 신경 쓰지마
이딴 문자 별 내용 아니라고 걍 씹지 마라

작은 관심이 사랑이다
그 사랑이 바로 네 구원천사다         

 

▲ 민윤기 시인.  그는  현재  ‘월간 시’ 편집인.  서울시인협회 회장이다.  ©브레이크뉴스

민윤기 시인 약력


1966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2학년 때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1967~1972 ‘시와 시론’ 동인 활동
1969 베트남전쟁 종군
1971 반전시「내가 가담하지 않은 전쟁」발표
1974 첫시집『유민流民』
1974 절필 
1974~1994 동서문화사, 주부생활사, 경향신문사, 우먼센스 기자와 편집장
1995 매거진하우스 창업 여성잡지, 육아잡지 발행
2011 수도권 지하철 시 관리 용역
2014 시전문지 월간 ‘시’ 창간
2015 두 번째 시집『시는 시다』
2017 세 번째 시집『삶에서 꿈으로』
2019 현재  ‘월간 시’ 편집인.  유튜브 “시와함께” 문학방송. 서울시인협회 회장.  SNS활동(페이스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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