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끈

김덕권 시인 | 기사입력 2019/09/11 [09:33]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영생(永生)의 사랑이 가능할까요? 9월 1일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연출 홍미란)가 종영됐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호텔 델루나를 떠나 다시 만난 장만월(아이유)과 구찬성(여진구)의 사랑이 막을 내리며 그 애절함이 가슴을 애입니다.

 

주인공 장만월과 구찬성은 천천히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장만월은 “계속 너랑 같이 있고 싶고 너를 두고 가고 싶지 않아. 미안해. 널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 다음 생에 반드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가 죽을 때, 그 질긴 인연의 끈을 잡는 것이 좋은 건가요? 아니면 인연의 끈을 놓아주며 잘 보내주는 것이 옳은 건가요?

 

1300년 전의 인연이 현세에 만났다가 이제 인연이 다해 이별의 아픔을 또 겪어야만 하는 사랑을 다시 한다면 참으로 가슴 아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별을 준비하면서도 두 사람은 “시간을 건너 어느 생엔가 우리가 같이 한다면 그 생에서는 당신 곁에서 늘 함께이기를 바라봅니다. 그때 우리는 아주 오래 서로의 옆에서 행복할 겁니다.” 과연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요?

 

‘델루나’는 스페인어인 ‘델(del)’과 라틴어인 ‘루나(luna)’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이 ‘루나’는 ‘달’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루나’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을 뜻하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호텔 델루나’는 ‘달의 호텔’ ‘달의 여신 호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초기에 ‘달의 객잔’이라고 했습니다. 객잔(客棧)이라는 뜻은 옛날의 ‘여관’ ‘숙소’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이 가상의 호텔 델루나는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사람이 죽으면 곧바로 저승이나 지옥으로 가지 않고, 그 영혼이 49일간 머문다는 중음(中陰)의 세계’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대개 약 49일 동안 ‘중음’에 어렸다가 각기 업연(業緣)을 따라 몸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명(命)을 마치면 즉시, 착심(着心)을 따라 몸을 받게 되는 영혼도 많고, 보통 영혼들은 49일 동안 중음에 어려 있다가 몸을 받습니다.

 

그래서 ‘천도재(薦度齋)’를 지내는 것입니다. 천도재는 영가(靈駕)의 영혼으로 하여금 맑고, 고요하고, 깨끗한 한 생각을 챙겨 좋은 곳으로 떠나보내기 위해서 치루는 의식입니다. 그런데 착심이 많거나 욕심이 많은 사람은 그 중음기간이 49일이 아니라, 더 짧을 수도 있고 더 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착심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착심으로 맺어진 사랑은 결코 진정한 사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연(善緣)으로 맺어진 사랑이 영원한 것이지요. 그 델루나 호텔 즉, 중음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삼도천(三途川)’이 있습니다. 그 삼도천을 건너는 긴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를 지날 때마다 전생의 기억들이 점점 사라져 마침내 49일 만에 전생 사는 다 잊어버리고 마침내 새 몸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불가(佛家)에서는 돌아가신 영가(靈駕)에게 공덕을 지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가에서는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를 주창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원불교식 천도재의 의미는 ‘열반인의 명복을 빌고, 불보살께 제사를 올려, 영가로 하여금 진급하여 선도(善道)에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원불교에서 바라보는 천도는 죽어서만 하는 것도 아니요, 죽은 자에게 살아있는 사람이 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생전에 자기 천도를 자기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생에 선업 짓기에 노력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나 삶에 대한 애착을 훌훌 놓아버리는 연습을 늘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족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재산에 대해,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해 또는 지극히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 모든 집착을 놓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죽고 사는 것은 단지 변화일 뿐이요 영원히 없어지지도 영원히 있는 것만도 아니라는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누구나 저 델루나 호텔에 49일 동안 머물렀다가 다 저승으로 떠납니다. 어쨌든 우리가 내생에서 좋은 몸을 받고, 행복한 가정에 태어나, 아름다운 인생을 누리려면, 이생에서부터 자신천도는 물론 죽어서도 가족들이 원불교 교당에 가서 천도재를 지내 주며 인연의 끈을 놓아주면, 내생의 두려움에서 해방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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