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힘

황흥룡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9/11 [11:50]

▲ 황흥룡     ©브레이크뉴스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가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라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대통령은 진짜 강력한 사람이라는 것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통령 이름이 길냥이 이름처럼 되어버린 세상을 살다보니, 사람들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그 강력함을 망각하고 산다. 정작 본인들은 일상에서 자그마한 거래처 '갑'한테도 쩔쩔매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따금씩 문 대통령의 ((나이브한) 정책 운용에 실망하고 속상해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내가 문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가 있다면, 대통령이 자신이 갖고 있는 그 강한 힘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같으면 벌써 대차게 위력을 보여주었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놀라울정도의 인내심을 보여준다. 첫째는 대통령 본인의 성정이 지극히 착해서일 것이고, 둘째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민주주의 혹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도덕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것도 최소한으로 쓰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대통령이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큰 오판이다.

 

검찰과 언론이 연일 대통령의 힘에 도전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에서 볼 수 있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이의제기와 항거가 아니라, 누가봐도 억지를 부리는 모양세다. 대통령이 힘을 안 쓰니, 아예 힘이 없는 줄로 안다. 큰 착각이다. 검찰과 언론은 지금 자신들의 행위를 아마 속으로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외로운 투쟁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반칙을 일삼는 링, 그 링 밖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검찰과 언론의 행태는, 결국 부패한 기득권 카르텔의 굶주린 늑대 울음 소리일 뿐이다.

 

허나, 내가 보기에 검찰과 언론의 행태에는 더 깊은 욕망이, 아니 과도한 자신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것은 박근혜를 몰락시킨 주역이 자신들이었다는, 전혀 근거없는 우쭐거림 혹은 사명의식이다. 즉 언제든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정권' 하나쯤 무너트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그러니까 알아서 잘 보이라는 묵시론적 협박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냉정히 복기해보자. 과연 정말 검찰과 언론이 박근혜의 왕국을 붕괴시켰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외려 그들이야말로 박근혜의 가장 충실한 충견이었다.

 

반면, 오만에 사로잡혀 국민과 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힘 그 이상을 남용했던 불의한 권력을 심판한 주역은, 언론이나 검찰이 아니라 바로 '시민'이었다. 그 시민이 없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검찰과 언론은 불의한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이번에 그들이 보여준 광기를 보니 확실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대통령이 헌법과 국민이 위임한 힘을 제대로 쓰게 되면, 최소한 검찰은 어떻게 될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온갖 스릴러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 힘을 마지막까지 안 쓰려고 할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쓸 수 있는 힘을 절제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검찰도 제 분수를 알고 도가 지나친 용을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검찰에게 허락된 땅은 서초동이지, 여의도나 심지어 삼청동이 아니다.  지금 검찰은 자신이 쥔 칼이 사실은 '역날검'이라는 점을 까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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