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을 처벌해도 원한이 없게 하라(7)

[고전연구가 고전소통]정치란 용인(用人)의 예술

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 기사입력 2019/12/06 [11:30]

▲ 이정랑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제나라 사람들은 화려한 장례(葬禮)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좋은 목재로 관()을 짜고 역시 좋은 옷감으로 수의(壽衣)를 지었다. ()나라 환공(桓公)은 계속 이러다가는 나라의 경제와 국방에 문제가 생길 듯싶어 관중(管仲)을 불러 상의했다. 관중이 말했다.

 

사람들의 행동은 명성이나 이익을 지향하는 법입니다. 그들에게 이런 짓을 하면 명성도 이익도 없다는 걸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자연히 문제가 고쳐질 겁니다.”

 

그래서 환공은 포고령을 내려 관을 기준 이상으로 쓰면 시체를 토막 내고 상주(喪主)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제나라의 장례 풍습은 건전하게 바뀌었다. 매서운 형벌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즉각 자신의 행실을 고친다.

 

통치자는 중벌(重罰)을 시행하면서 혹독하다는 평을 들을지라도 후환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처벌을 받는 자는 죄가 있어 벌을 받는 것이니 통치자를 원망할 리 없다.

 

공자가 위()나라의 재상을 맡고 있을 때 감옥을 관리하던 제자 자고(子皐)가 법에 따라 한 죄인의 다리를 잘랐다. 그 죄인은 나중에 성문을 지키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얼마 후 누군가 위나라 군주에게 공자가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밀고했다. 군주는 공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탈출을 감행했다. 자고가 막 성 밖으로 도망치려 하는데 성문을 지키던 그 다리 잘린 사내가 지하실로 그를 데려가 숨겨주었다. 자고가 그에게 말했다.

 

나는 군주의 법에 따라 직접 자네 다리를 잘랐네. 자네가 복수를 하려면 지금이 바로 적기인데 왜 나를 구해주는가?“

 

그러자 다리 잘린 사내가 말했다.

 

제가 다리를 잘린 건 죄를 지었으니 당연한 겁니다. 그때 당신은 제 죄를 면해주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럴 수 없었던 것뿐입니다. 따라서 저는 당신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당신의 후덕한 인품에 감격했답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이치를 가르쳐 준다. 군주가 법에 따라 죄인을 처벌하는 것은 법이 먼저이지 처벌이 먼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법은 어떤 죄를 지으면 어떤 형벌에 처한다는 것을 규정하여 알림으로써 사람들이 법을 어기지 않도록 경고한다. 사람들은 법만 어기지 않으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개인의 감정으로 법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형 집행의 관건은 법을 세우는 것이다. 형벌을 집행하되 법에 의거함으로써 죄인이 원한을 품지 않게 한다. 아울러 법의 집행에 개인의 감정이 섞여서는 안 된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무조건 추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의 마음과 여론을 올바르게 읽어야 하는 것은 통치의 기본 바탕을 만드는 것이지만 무조건 추종하게 되면 법과 원칙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통치자의 강건한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통치자가 강건하면 여론을 올바르게 살펴 이를 통치에 반영한다. 강건하지 못하면 거짓된 여론에 휩쓸려 인기에 급급하게 된다.

 

통치자가 강건하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그게 비록 측근이라도 베어내는 아픔을 감내한다. 그러나 통치자가 강건하지 못하면 법이 사문화(死文化)되고 인정에 휩쓸려 결정하며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된다.

 

강하다는 것이 독재권위주의와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진정 강한 것은 그러한 비정상적인 통치와는 엄격하게 구분된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것이 사회의 역동성을 저하시킨다는 주장도 편리주의자들의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근본으로 한 법치주의가 널리 퍼졌지만 한편에서는 유래가 없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통치자가 강하지 못해 법이 올바른 권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강한 통치자는 진정 올바른 법을 세우고, 올바른 법은 올바른 통치자의 힘을 지켜준다. (계속). j6439@naver.com

 

*필자 : 이정랑, 언론인. 중국 고전 연구가.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