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함을 살피는 기술

[고전연구가 고전소통]찰간지술(察奸之術)

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 기사입력 2020/01/13 [14:22]

▲ 이정랑     ©브레이크뉴스

‘간사한 자를 식별해내는‘ ’찰관술‘은 『한비자』 「내저설‧左上」에 나온다. 이 책은 군주의 통치술을 주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신하들의 속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한비자』의 ‘칠간술’에는 ‘관청법(觀聽法)’‧‘일청법(日聽法)’‧‘협지법(挾智法)’‧‘도언법(倒言法)’‧‘반찰법(反察法) 등이 있다.

 

① 관청법(觀聽法) : ‘관청’이란 말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다. 단편적인 한 가지 사실에만 근거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보고 들은 것을 서로 참고하고 비교하고 증명하지 않고는 진상을 제대로 알거나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습관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싫어하는 일은 물리친다. 만약 ‘보는’것이 사람을 유쾌하게 하면 이 일과 관련된 부정적 평가는 ‘들으려’하지 않는다. 만약 ‘듣는’것이 사람을 기쁘게 하면 이 일과 관련된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는 ‘보려’하지 않는다. 군주의 이런 약점을 간파한 간신은 달콤한 말로 군주가 좋아하는 것만 보고 듣게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만족스러운 말을 들은 이후에는 반드시 다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사유(思惟)상의 준비 자세이기도 하다.

 

② 일청법(一聽法) : ‘일청’이란 일일이 들어본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집단 속에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져 있는 ‘재능도 없이 머리 숫자만 채우고 있는’ 자들을 간파해내는 것을 가리킨다. ‘일일이 들어보지 않으면 지혜로운 자와 우둔한 자를 구분할 수 없다.’ 만약 하나하나개인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는다면 여러 사람들 틈에 이리저리 섞여 있는 개인의 능력을 알아낼 수 없다. 『한비자』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우화를 예로 들고 있다.


제나라 선왕(宣王)은 우(竽.-피리 비슷한 악기의 일종) 연주를 몹시 좋아했는데 특히 합주를 좋아해서 궁중에는 3백 명이나 되는 합주단이 있었다. 남곽(南郭)이라는 처사는 자칭 우 연주의 명수라며 늘 합주에 참여하여 많은 봉급을 받았다. 선왕이 죽고 민왕(湣王)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왕은 합주를 좋아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독주를 시켰다.이 소식을 들은 남곽 처사는 얼른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이 방법은 꼭 ‘각 개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교묘하게 응용되기도 한다. 또한 이 방법은 확실하지 않은 애매한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에게 책임을 추궁하여 그 진심을 간파하는 데도 활용된다.

 

③ 협지법(挾智法) : ‘협지’란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체한다는 뜻이다. 즉, 모르는 척하면서 상대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韓) 소후(昭侯)가 하루는 가위로 손톱을 자르다 일부러 잘린 손톱이 없어졌다며 “손톱이 없어진 것은 불길한 징조니 어떻게든 찾아내라!”고 엄명을 내렸다. 측근들이 온 방안을 다 뒤지기 시작했지만, 없는 손톱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없을 리가 있나? 내가 찾아보지”라며 소후가 직접 찾아 나서려 하자 한 측근이 몰래 자기 손톱을 잘라 내밀며 “찾았습니다. 여기”라고 외쳤다. 소후는 이러한 방법으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냈다.

 

『한비자』에서는 간신을 찾아내는 ‘협지법’을 “모르는 척 물어보면 알지도 못하는 자가 나타나고, 어떤 사물을 깊게 알아보면 감추어져 있었던 것들이 모두 드러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감추고 물어보면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되며, 한 가지 일을 세세히 탐지하게 되면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드러난다.” 상대에게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하면 상대는 곧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세운다. 모르는 척해야 비로소 경계 없이 그 진실 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체의 면목을 다 드러낸다면 끝내는 우롱을 당하게 마련이다.

 

④ 도언법(倒言法) : 이 방법은 황당한 말로 상대를 시험하는 것이다. ‘도(倒)’자는 ‘뒤바뀌었다’는 뜻으로, ‘도언’이라 하면 그 말을 뒤집어 한다는 뜻이다. 사실과 상반된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방법이다. 이런 고사가 있다.

 

연나라에서 상국의 자리에까지 오른 자지(子之)라는 인물이 있었다. 한번은 그가 부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불쑥 “방금 문 입구에서 뛰어나간 것이 백마 아닌가?”라고 물었다. 물론 이 말은 거짓이었다. “아닙니다. 아무 말도 뛰어나가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와서는 “분명 백마 한 필이 뛰어나갔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자지는 이렇게 해서 자기 주위에서 누가 진실치 못한가를 알았다. 이 방식은 요즘 말로 하자면 ‘올가미’를 쳐놓고 시험한다.‘고 할 수 있다.

 

⑤ 반찰법(반찰법) :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일로 누가 이득을 보느냐 하는 것을 살피는 것이다. 누군가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그 일로 득을 보는 자의 행위를 살피는 것이다. 이런 고사가 있다.

 

한(韓)의 희후(喜侯)가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작은 돌을 발견했다. 희후는 시종을 불러 “욕실을 담당하고 있는 자를 파면하면 그 후임자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예, 있습니다.” “그자를 불러오너라.” 희후는 그자를 심하게 다그쳤다. “어째서 욕조에 돌이 있느냐?” 그러자 그 자는 “담당관이 파면되면 제가 그 자리를 맡으리라는 생각에서 돌을 넣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관적 분석에만 한정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서 그 동기를 찾는 것, 이것이 상대를 간파하고 그 상대를 부리는 방법이다.


고대사회에서 통치자의 부하, 통치 집단 내부인들 사이의 관계는 서로 이용하고 시기하고 충돌하는 관계였다. 고대의 통치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심리를 통찰하는 많은 모략 방식을 창조해왔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이 모략을 이해하고자 할 때 그 시대적 제한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윤석열의 파격적인 검찰총장에 대한 인선에 앞서서 관련 부처 당사자들은 그를 검증할 때 이 ‘찰관지술’을 활용하고 응용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인사를 등용할 때는 언제 어느 때나 반드시 역신과 간신을 가려내는 혜안(慧眼)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j6439@naver.com

 

*필자 :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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