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한 생각!…해낼 수 있을까?’

이헌영 아이디어 소설 10장/메르스

이헌영 소설가 | 기사입력 2020/09/07 [14:36]

▲ 이헌영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장훈은 대모산에서 관영에게 받은[한 생각1.2]제안서를 읽고 또 읽었다. 족히 20번은 읽었다. 어찌 보면 내용은 단순하다고 할 수 있었다.

 

‘경제양극화가 너무 심하니 부유층 1가정은 빈곤층 1가정을 의무적으로 직접도와 중산층이 되게 해주고, 국가는 부유층에게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자.’ 이고, 대통령 선거는 ‘예선은 국민직접투표로 2명을 뽑고, 결선은 추점으로 하자’이다.

 

단순한 것이지만 너무 파격적이라, 막상 현실에 접목시키기엔 풀어야할 일들이 첩첩이 가로막혀 있어,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일들이다.

 

장훈은, 그동안, 대통령이라는 정점에 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해왔다. 그 노력의 결과로,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는 이르렀지만, 정관영이라는 거인에게 막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절치부심하고 있는 처지였는데, 그 거인이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서 대통령 자리를 양보하겠단다. 조건은 있었다. 자기가 만들어 놓은, 공약을 줄 테니, 그 공약을 걸고 후보로 입후보하란다. 생각할수록, 염치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결정된 것 같이, 일은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어느새, 그래야만 될 것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해 가고 있다.

 

‘대통령!…한 생각!…해낼 수 있을까?’

 

정관영의 제안을 받을 것인가? 받지 않을 것인가? 보다는 해낼 수 있을까?에 생각이 기울여지고 있는, 자신이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느낌이 나쁘지 않다. 나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감, 의무감, 같은 생각들이 들어와 가슴이 벅차오른다.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야하는데도, 크게 가책이 들지 않는다. 좀 찜찜하긴 하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소보다 현저하게 말수가 적어지고, 움직임이 적어진 그를, 사람들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으로 받아 들였다.

 

때 마침, 메르스라는 급성전염병이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었다. 중동지역의 낙타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는 치사율 30%로, 비말이나, 접촉으로 감염 된다고 했다 초기방역에 실패한 메르스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여기저기에서 감염자들이 나오고, 의료진들조차 무더기로 감염되며, 통제 불능에 빠져 가고 있었다. 급기야는 사망자가 속출하며 매스컴은, 매시간 뉴스의 대부분을 메르스에 집중했다.

 

한류열풍으로 넘쳐나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고, 각종 행사나, 모임들이 취소되어, 극장, 백화점, 운동장, 식당 등은 손님이 사라졌고, 도대체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거리가 한산하고 삭막해졌다.

 

극히 일부 사람만이, 마스크를 한 채로, 종종걸음으로 꼭 필요한 일만 처리하고, 모두들 집안으로 사라져,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훈도,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야당차원에서 하는 일은, 초기대응에 실패하고, 공유해야 할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태들에 대하여, 정부와 방역당국을 질타하는 것이, 전부였다.

 

유능한 컨트롤타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면, 이런 전염병은 사태초기에 대형투망을 던져서,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과잉진압이라도 했어야만 했다. 현실은 정 반대였다.

 

이미 벌어진 일도 감추고, 공유해야할 정보를 비밀로 하다 보니, 제대로 알려진 게 없어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통제 불능에 빠져, 결국은,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아야한다는, 각자도생이라는 단어가 횡행하기에 이르렀다.

 

메르스가 내수경제에 미치는 위력은 대단했다.

 

백화점을 비롯한 모든 상가는,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유치원과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고, 생산 공장들이 조업단축을 하자, 임시직 직원은 밀려나고, 아르바이트직도 구하는 데가 없어졌다. 품목을 불문하고 내수산업은 모두 직격탄을 맞고, 무력감에 빠져, 오직 메르스 사태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바로 이때, 정관영의원의 행보가 또, 한번 나라전체를 감동케 했다. 관영은 만두 체인점들에게서 받고 있던 기계임대료를 아예 없애버렸고,[5층 백화점]의 판매수수료를 장준호사장과 설전 끝에, 기존10%에서 절반인 5%로 내리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각, 모든 협력업체에게 생산물량을, 절대로 줄이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생산물량의 뒤 책임은 100% 책임지겠다고 확언했다. 생산물량을 줄이면 그 여파로 원단생산 업체에서부터 봉제업체까지 섬유산업 전 부문이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각 협력 업체들은 감읍했다.

 

관영의 이름은, 매일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이미 알려져 있었던 관영의 과거 행적들을 새삼스럽게 긁어모아, 특집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매스컴의 속성은, 나쁜 것은, 더 나쁘게 좋은 것은, 더 좋게 보도하는 것이 정석이다

 

관영의 행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고, 오히려 전국으로 퍼지는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내수경제의 침체가 장기전으로 갈 것 같은 조짐이 보이자, 관영이 또, 한번 도발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5층 백화점 수수료를 5%에서 아예 0%로 없애버린 것이다.

 

장준호사장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관영은, 메르스 여파를 우리 회사가 최대한 많이 맞을수록, 협력업체 전체가, 그만큼 버틸 힘이 강해지고, 그들이 살아남아야 우리 회사도 살아남는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이 상황은 길어야 몇 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강변했다. 매스컴은 연일 대서특필했고 관영의 인기는 절정을 이루었다. 이일이 있은 후부터, 전국적으로 집세를 내려주는 집주인이 나타나고, 상가 임대료를 내려주는 건물 주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간헐적이지만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당국과 병원들에 대한 질타와 비아냥이 수그러들고, 밤낮으로 사투를 벌리는 의료진에게, 격려와 사랑의 메시지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메르스도 차츰 위력이 수그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3년보다 길었던 3개월여 동안, 숱한 사연을 남긴 채, 메르스는 갔다. 많은 상처와 반목을 유발시켰던 메르스가, 따듯한 격려와 헌신에 밀려 사라졌다.

 

관영의 대선 지지율은, 수직으로 급상승해서, 56%를 기록하며 2위의 장훈을 까마득히 따돌렸다. [5층 백화점]도 정상을 찾았고, 매출은 하루하루 신기록을 세우며 나아갔다.

 

장훈은, 관영을 생각했다.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길을 지나온 사람이다. 학력이랄 것도 없는 학력으로, 어떻게, 저토록 큰 사람이 되었을까? 맨주먹에서 재벌에 이르기까지, 경영한 업종이 첨단산업도 아니고, 기간산업도 아니다. 먹거리 사업 중에서도 주 먹거리가 아닌, 군것거리에 가까운 만두로 대성공을 했다지 않는가, 지금의 정관영을 있게 한, 5층 백화점도 그렇다. 어떻게 5층에다가, 백화점을 만들 생각을 했으며, 기존 백화점에 비하면, 꾀죄죄한 그것을 밀어 붙여 대기업들의 막대한 자본력과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백화점을 상대로, 완승을 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 뿐인가!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대통령후보 지지율을 받기시작해서, 이제는 단연 1위에까지 올랐으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불현듯, 관영을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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