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주사불법유통 "사망까지 이를수있다"

[제보취재] 링거 불법유통 실태고발

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9/02/27 [09:53]
흔히 영양주사, 포도당주사, 수액주사 등으로 불리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널리 애용되고 있는 링거주사. 링거주사제는 식염, 염화칼륨 및 염화칼슘의 주사용 무균수용액으로 출혈, 쇠약, 중독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수분이나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정맥에 놓는 전문의약품이다.
 
아미노산 수액제, 포도당주사 등 그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넘는데 환자의 상태와 질병 여부에 따라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투여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조금만 기운이 없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다리를 다쳤을 때 등 갖가지 이유로 영양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일부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면 질병과 무관하게 좋은 영양주사를 맞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렇듯 링거주사제에 대한 잘못된 과신과 오해는 불법유통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사건의내막> 취재 결과 개인이 제약회사나 병원관계자를 통해 링거주사제를 구매하거나 중간 유통업체에서 이를 빼돌려 불법 판매하는 일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간호사 출신이나 조무사 출신, 심지어는 무허가 업자들이 의료기관이 아닌 업소나 일반가정 등에서 링거주사를 놔주고 있는 일도 있었다.
 
<사건의내막>은 실제로 간호사 출신 업자에게 링거주사를 투여받았다는 몇몇 사람들을 만나 링거 불법 유통과정과 실태를 들어봤다. 또한 수십 년째 사람들에게 링거주사를 놓고 있는 간호사 출신 업자와 그 현장을 잠입 취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이사 “가장 큰 문제는 신장이 좋지 않거나 당뇨환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 올바른 상식 없이 링거 투약할 경우 쇼크나 전해질 불균형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잘못하면 혼수상태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사건의내막>은 지난 2월23일 링거주사제가 불법적으로 가정 내로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경기도 oo시로 향했다. 제보자 k는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몸살기가 있거나 아프면 링거주사를 맞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집에서 많이 하니까 불법인 줄 몰랐다”며 “모 병원의 사무장으로 근무했던 b가 몸에 좋은 영양제라며 h라는 아미노산수액제를 줘 온 가족이 나눠 맞았다”고 털어놨다.
 
링거 불법유통 부지기수
 
k에 따르면 모 병원 정형외과에 근무했던 b는 지금은 병원에 의복을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b를 통해 오래전부터 링거주사를 계속 맞았고 몇 달 전에도 좋은 영양제라고 h를 추천해줘 링거 한병 당 만원에서 1만5000원 가량의 아미노산수액제 한박스(20병)를 20만원 넘게 주고 샀다는 것. a는 h를 건네주면서 아미노산 수치가 87%라는 점을 강조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병이 작을수록 효능이 좋아 가격대가 높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링거 불법유통 실태를 취재하는 가운데 최근 링거액을 생산하는 한 회사 제품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됐다. ©브레이크뉴스

k는 “a는 수년간 병원에서 일을 했고 지금도 관련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약품을 공급받는 게 쉽지 않겠나. 우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팔았을 것”이라며 “링거주사제를 친정과 시댁식구들과 나눠 맞았는데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다들 맞으니까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고 말했다.

b를 만나볼 수 없겠느냐고 묻자 k는 “b는 나와 친분이 있어 준건 데 이번 일로 피해가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동생 친구가 제약회사에 다니는데 종종 피로회복제나 영양제 등을 무상으로 줬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돈의 팔촌까지 제약회사나 병원관계자와 인맥이 닿아있으면 의약품을 선물로 받거나 싸게 구입하는 게 가능하다.
 
oo시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1년에 링거주사제를 한 박스씩 사서 가정에서 맞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귀띔했다. b로부터 같은 제품을 산 후 투약했다는 l또한 “이게 불법인 줄은 몰랐다”며 “평소 몸이 허약해 링거를 종종 맞고 있는데 일명 ‘주사쟁이 아줌마’에게 전화를 하면 직접 와서 링거주사를 놔 주고 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주사쟁이 아줌마로 불리는 c는 오래 전 피부과에서 간호사로 4~5년간 근무했는데 결혼으로 일을 더 할 수 없게 되자 3o여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c는 자신이 사는 단독주택에서 링거주사를 놔주고 전화를 걸면 직접 찾아와 출장비 명목으로 5ooo원에서 만원을 받고 주사를 놔준다는 것. 사람들이 직접 링거를 들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없을 경우 c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링거액을 놔준다는 것이다.

l은 “최근 1월경에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b씨 집을 간 적이 있었는데 방 2개와 거실에 6명의 60~70대 가량의 할머니들이 링거를 맞고 있었다”며 “주로 겨울철에 60~70대 할머니들이 많이 맞으러 가고 30~40대 젊은 층도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링거 한 병만 맞으면 몸이 낫는다’는 소문이 자자해 b씨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c가 하는 말이 한참 사람이 많을 때는 1년에 5000만원 넘게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l은 oo시에 c를 비롯해 몇몇 업자들이 링거를 놔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곳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개중에는 무허가 업자들도 있다더라”고 말했다.

링거주사제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면허 등 의료면허를 가진 사람에 한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투여 받아야 한다. 설령 의료면허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특별한 이유없이 제3의 장소에서 주사제를 투여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l은“c가 집에 찾아와 링거를 놔주고 간 후 수액을 다 맞으면 본인이 직접 주사침을 뺀다”며 “간호사 출신인 한 친구는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링거를 놔 준다. 심지어 모 친구는 의료경험이 전혀 없는 남편한테 링거를 놔달라고 해서 맞은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들이 부작용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업자에게 링거를 맞는 연유에 대해 l은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면 비싸기 때문”이라며 “h제품의 경우 병원에서만 취급하는 건데 병원에서 맞으면 5만~7만원의 돈을 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며칠 전 인근병원에 치료를 받을 일이 있어 찾아갔는데 담당주치의에게 상담했더니 ‘집에서 왜 링거를 맞느냐, 불법적으로 맞다 문제가 생기면 절대로 보상을 못 받는다’고 신신당부했다”면서도 “젊은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만 할머니들은 돈이 아까우니까 그곳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k 또한 이러한 내막을 잘 알고 있었고 직접 b로부터 링거를 투여받기도 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과 친척들, 소문을 듣고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링거를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과 업자를 통해 링거를 맞는 데 대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오히려 제보를 통해 b나 c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링거를 유통?판매하고 이를 구매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근절, 규제해야지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간호사출신 업자 수십 년간 링거 놔 줘
 
k의 소개로 c의 영업장소이자 거주지를 찾아갔다. 60대 가량의 c는 낯선 이의 방문에 처음에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였으나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 엄마가 몸살기가 있는데 링거를 잘 놔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하자 이내 경계심을 풀었다. 밤 7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70대 가량의 할머니 두 명이 안방에서 tv를 보며 링거를 맞고 있었다.

기자가 ‘언제 찾아오면 맞을 수 있느냐’고 묻자 c는 “오전 7시부터 밤 9시 넘어서까지 한다.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하니까 아무 때나 찾아오라”고 답했다. 비용을 묻자 그는 대뜸 “링겔을 가지고 있냐”고 했다. ‘없다’고 답하자 그는 어머니 상태를 묻더니 “엄마 상태를 봐야 알 수 있는데 5만원 정도만 가지고 와 봐라. 기침도 하고 삭신이 아프다고 하면 이것저것 약을 섞어서 해 준다”고 했다.
 
이어 c는 ‘알부민’이라고 쓰인 링거를 맞고 있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저거는 16만5000원”이라며 “감기몸살이 아니어도 내가 혈압을 잰 후 알아서 다 해 주니까 걱정마라. 상태에 따라 돈이 덜 들어갈 수도 있고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몸살 외에 다른 질병도 봐주냐고 묻자 그는 “담 걸린 것도 보고 발 삔 거, 관절염도 본다”고 했다. ‘집으로 찾아와 줄 수 없겠느냐’고 하자 그는 위치를 묻더니 “너무 멀면 골치 아파. 링거 맞다가 혈관이 부으면 내가 다시 찾아가기도 번거롭고. 링거 다 맞으면 자기가 알아서 침도 빼야 돼. 출장 나가려면 신호등도 걸리고 택시비도 내야지. 여기 와서 맞으면 내가 링거도 놔 주고 다 맞으면 빼 줄 수 있잖아”라며 되도록 찾아오라고 했다.

‘병원이 아닌데 여기서 맞아도 탈이 없겠느냐’고 걱정을 내비치자 c는 “다른 사람들도 와서 맞는데 아무 문제없어. 소문 듣고 변호사나 약사, 한의사들도 찾아온다”며 “내 딸이 고등학교 때부터 이 일을 했으니까 30년도 더 넘었다. 지금은 병원이 많이 생겨서 덜 오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다”고 안심시켰다.

링거를 구입하고 싶다고 하자 그는 “약국에서 사 오면 놔주지만 내가 어떻게 링거를 대 주겠냐”며 말을 돌렸다. 어디서 링거를 맞느냐고 묻자 c는 할머니들이 있는 안방과 작은 방, 거실에서 맞는다며 직접 방을 둘러보게 했다. 그는 작은 방은 할아버지들이 링거를 맞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다음에 오겠다며 일어서자 그는 “꼭 오라”며 웃는 낯으로 배웅했다.

링거불법 유통 및 투약 실태는 그간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은 있지만 적발사례를 알리는데 그쳤을 뿐 구체적인 유통내막은 베일에 싸여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3년에는 제주지역에서 전문의약품을 무면허 혹은 처방전 없이 팔고 무면허로 의료행위를 해온 27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온 한 전직 간호조무사가 면허없는 약국종사자와 제약사 영업사원에게서 영양수액제 등 의약품 8종을 수백점 구입, 유흥업소 종사자 40여명에게 만원에서 3만원을 받고 주사를 놓아줬다.
 
또한 모 병원 사무장은 아미노산 수액제를 간호사 2명에게 병당 1만원에 19병을 판매하고 모 약국 종사자도 무면허 의료행위자에게 이뇨제 등 5종 140여점을 팔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건강보조제 등의 형식으로 전문의약품이 불법 유통되면서 이를 구입, 복용한 후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강아라 사무국장은 “링거주사제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병원에서 맞아야 한다. 그 외에 유통되는 것은 다 불법이다”며 “무허가도 문제지만 면허가 있는 사람이 특정한 요인없이 다른 곳에 가서 링거를 투여하는 것도 불법이다”고 말했다.
 
일련번호.유통기한 등 체계적 관리 필요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이사는 “아미노산 외에도 당이나 지방이 들어간 수액제 등 링거 종류는 수십 가지인데 이것들이 다 같이 불법유통 되고 있다는 점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맞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가장 큰 문제는 신장이 좋지 않는 분들은 칼륨이나 나트륨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올바른 상식 없이 링거를 맞아 칼륨이나 나트륨이 과하게 들어갈 경우 쇼크가 올 수도 있다. 당뇨환자인데 당이 과하게 들어가거나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미노산을 과하게  투약할 경우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건강에 해를 입을 수 있는데 잘못하면 혼수상태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링거주사제를 전직 간호사 출신이나 무허가 업자들의 불법의료행위 실태와 관련해 김 이사는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과거 업소나 청량지 등지에서 간호사나 조무사 출신의 아주머니들이 ‘약 아줌마’라고 주사제를 놔 준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링거의 허술한 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링거마다 각기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고 상온 몇℃ 이하에서 보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침전물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김 이사는 “의료기관의 경우 링거를 따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지만 불법 사재기를 통해 한 곳에 모아 놓고 유통시키는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링거 불법유통을 막기 위한 간단한 방법 중의 하나가 지폐처럼 의약품에 일련번호와 유통기한을 새기는 것”이라며 “의약품 표면에 칩 등을 넣어 약품마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불법유통을 적발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약품 용기에 제조번호와 유효기한을 반드시 적도록 하는 등 의약품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했다. 의약품 허가 전에 모든 의약품의 품질에 대해 100% 사전점검이 통해 소비자 안전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링거 불법 유통과 불법시술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주사제는 전문의약품이니까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병원에서 맞아야한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실시 후 항상제 및 주사제 등 의약품 사용량 통제를 위해 처방전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주사제뿐만 아니라 먹는 약들도 불법 케이스는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는 관련법령만 제정할 뿐 관리감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하고 있느니 그쪽에 물어봐라”고 답변을 일축했다.

식약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링거불법유통실태에 대해 “최근 이에 대한 민원보고를 받지 못해 딱히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링거가 암암리에 불법유통 되고 있으며 가정 등에서 불법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자 이 관계자는 “원래 유통은 지자체에서 단속을 하는데 보건소와 협조해 단속을 나가지만 정보가 입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좀 어렵다.
 
약국에서 불법유통 사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약국에 잠복해서 계속 지킬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는 “복지부에서 의약품정보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게 만들어지면 모든 정보가 모아지니까 중간에서 누락되는 정보를 막아 불법유통이 많이 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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