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안에 머리카락 발견…생산기업 은폐 의혹 공방

[제보취재]소비자 “회사 모르쇠 일관” VS 회사 “물건 안 줘 조사 못해”

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9/02/27 [11:05]
링거 불법유통 실태를 취재하는 가운데 최근 링거액을 생산하는 한 회사 제품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 k에 따르면 모 병원의 사무장으로 근무했던 b로부터 a기업에서 생산한 ‘h' 제품을 구입했는데 지난 1월19일 가정에서 투약 후 빈 용기를 살펴보니 수액주입기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는 것.
 
이에 k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링거병에는 머리카락이 들어갈 수 없다며 소비자고발센터에 신고를 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나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 유통된 링거를 산 것은 내 잘못이지만 링거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된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분명 지탄받아야 한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a기업 측은 “우리가 생산한 제품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한 수액주입기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며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비자에게 문제의 물건을 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아 우리도 답답하다”고 반박했다. <사건의내막>은 링거주사제 내 머리카락 발견사건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링거주사제 머리카락 발견, 회사에 항의 '책임회피'
a기업, 제품공정상 하자 여부 적법조치 취하지 않아

 
 
제보자 k는 a기업에서 생산한 ‘h’ 제품을 투약했던 과정과 이후 회사 측과 있었던 일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k는 지난 1월19일 몸살기운이 있어 문제의 링거제품을 투여했다. 링거를 맞은 후 빈 용기를 버리던 중 수액주입기에 6~7cm 가량의 머리카락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보자 k에 따르면 모 병원의 사무장으로 근무했던 b로부터 a기업에서 생산한 ‘h'를 구입했는데 지난 1월19일 가정에서 투약 후 빈 용기를 살펴보니 수액주입기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는 것.   © 브레이크뉴스
 
링거 속 머리카락 진실공방
 
k는 “머리카락이 혈관으로 타고 들어갔을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머리카락은 눈에 발견됐지만 다른 이물질이 들어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그는 다음날 a기업 본사에 항의전화를 걸었고 21일 오후 3시경 경기팀  담당자가 찾아왔다.

k에 따르면 회사 담당자는 ‘h’ 제품을 어떻게, 누구로부터 구입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에 k는 ‘아는 사람한테 선물을 받았다’고 답하자 회사 담당자는 ‘알겠다. 죄송하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는데 어떻게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회사로 돌아가서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말한 후 돌아갔다는 것. 또한 담당자는 문제의 링거제품을 가져가려 했지만  회사 측이 문제를 은폐하려는 것 같아 주지 않았다는 게 k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어 1월24일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k에 따르면 회사 담당자는 ‘본사에 알아봤는데 링거병에 머리카락이 들어갈 수는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 또한 담당자는 ‘보상을 원하는 거냐’며 ‘불법으로 유통한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고발센터에 신고해도 돌아오는 것은 없다. 신고 할 테면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k는 “불법 유통한 제품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지만 링거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된 것은 제품하자와 관련된 별개의 문제”라며 “a기업이 생산한 ‘h’제품박스 안에 링거병과 수액주입기가 함께 들어 있었고 수액주입기가 외국회사에서 수입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포장과정에서 하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맞는데 이 책임까지 지지 않겠다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분개했다.
 
 
제보자 k “불법 유통된 링거를 산 것은 내 잘못이지만 링거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된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적법한 조사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분명 지탄받아야한다.”
 

또한 “문제가 발견됐으면 우선 수액제에 문제가 있는지 수액주입기에 문제가 있는지 혹은 생산공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조사를 하는게 순리인데 소비자에게 불법유통 제품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협박하고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은 사건을 은폐하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어냐”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책임을 지고 성실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시종일관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듯이 얘기하는 태도가 괘씸해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k는 한 달 넘게 아무 연락이 없다가 언론사에서 취재를 온다는 얘길 하니까 그때서야 a기업 본사 직원이 황급히 찾아왔다고 씁쓸해했다. 실제로 k를 취재하던 중 회사 담당자가 찾아와 k와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다. 그는 “본사 직원은 회사 이름이 신문에 나가지 않게 해 달라며 머리카락이 발견된 물건을 줄 것을 요구해 추후 연락을 주기로 했다”며 “회사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힌 후 보상이든 사과든 적법한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법 조치 없어 vs 불법유통 제품 
 
이와 관련, a기업 본사 마케팅기획팀 관계자는 “우리가 생산한 ‘h’제품에 머리카락이 발견됐다는 소비자의 전화를 받고 가봤는데 링거병이 아니라 액을 주입하는 전달기구에 머리카락이 있었다”며 “회사에서 조사하려고 문제의 물건을 달라고 했는데 소비자가 주지 않아 우리도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이 조사는커녕 문제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리는 소비자상담실이 있어 항의가 들어오면 즉각즉각 대응을 한다. 회사에서 은폐하려고 했다가는 판매정지를 당하는데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느냐”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만약 의사를 통해 발견이 됐다면 우리한테 왔을 수도 있지만 이번 건은 불법 유통된 제품으로 어디서  어떻게 구입했는지 우리도 알 수 없다”며 “병원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을 개인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 링거병 안에 머리카락이 들어갈 수 없는데 발견돼 우리로서도 의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머리카락이 발견된 전달기기는 우리 회사 제품이 아니고 외국의 유명한 주사제품이다”며 외국에서 수입한 물품임을 강조했다.           
 
허나 사정이 그렇다 할지라도 a기업 이름으로 ‘h’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박스 안에 들어있는 수액주입기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a기업이 지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회사 측이 한 달 이상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생산공정상의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수액제는 일일이 육안검사를 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은 100% 전수검사 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도 조사를 하려했지만 소비자가 안 주는데 어떡하나. 회사에서도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가 수액주입기에 있었다는 게 확실히 밝혀지면 이를 공급한 회사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소비자상담실이 있어 항의가 들어오면 즉각즉각 대응을 한다. 회사에서 은폐하려고 했다가는 판매정지를 당하는데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느냐”고 의혹을 일축했다.

링거 불법유통 실태와 관련해 a기업 관계자는 “지난해에 불법유통 사례가 보고돼 회사차원에서 즉각적으로 원인을 파악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다행히 우리 회사 제품이 아니라 우리가 제품을 공급해준 회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불법유통 사례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뒤 “그 일이 있은 후 의사선생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한편, 제보자 k에 따르면 27일 a기업 본사 담당자가 나와 머리카락이 발견된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 갔다고 한다. 그는 "회사 담당자는 자체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찾겠다며 물건을 가지고 갔다"며 "절차에 따라 복지부에 이 사안을 보고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