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주홍글씨’ 낙인, 자녀에게 대물림

여성정책연, ‘미혼부.모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의식’ 실태 조사

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9/03/11 [15:02]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크나큰 잘못을 저지른 죄인인 양 숨죽여 살아야 하는 미혼모들. 이들은 평생 '주홍글씨'를 가슴에 안고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성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개방적인 성문화가 수용되면서 혼전 성경험에 대한 금기는 상당부분 완화됐지만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와 유독 타인에게만 도덕적 관념을 강요하는 사회풍조는 여전하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미혼모들은 물론 뱃속의 아기에게도 고스란히 대물림 돼 유아유기, 해외입양 등 사회적인 악순환을 낳고 있다. 때문에 미혼부.모가 자녀양육을 책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 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여성정책연)은 한나라당 김금래 의원과 공동으로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방안’을 주제로 여성정책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국내외 입양과 미혼모 복지현황, 외국의 미혼모 정책동향과 미국의 미혼모 지원 사례를 통해 한국의 미혼모 지원정책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포럼에 참여한 여성정책연 김혜영.안상수 연구위원은 ‘미혼부.모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의식’을 주제로 발표, “미혼으로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며 “미혼부.모들이 자녀양육을 책임질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은 물론 이들 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미혼부.모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의식’ 발표문의 일부 내용을 요약.발췌한다.
 
“국내의 미혼모 출산은 대략 연간 6000여 명에서 1만3000여 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규모와 이들 삶의 궤적에 대한 실태파악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와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특질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제도적 관계를  통한 임신과 출산만을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사회규범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되
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모 사회적 편견 여전

여성정책연 김혜영?안상수 연구위원은 개방적인 성문화 유입으로 사랑이 전제된 성인남녀의 혼전 성관계를 개인의 선택영역으로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를 도덕적 차원에서 단죄하거나 부정시 하는 경향은 크게 약화되고 있음을 주지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미혼으로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으며 때로는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는 측면 또한 적지 않다”며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낙태에 대한 유혹은 물론 출산 후 자녀양육의 포기를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낙태비합법화 국가이면서도 적게는 일 년에 35만 건에서 많게는 150만 건 정도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연간 출산아(60~80만 명)의 수와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김혜영.안상수 연구원은 미혼부모와 이들 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정도와 그 이유를 면밀히 살피기 위해 국내 20세 이상 70세 이하의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남녀 모두 40대(25.3%, 24.9%)와 30대(24.9%, 24.3%)가 비슷한 분포로 가장 많았고 20대(21.4%, 20.5%), 50대(17.7%, 18.0%), 60대(10.7%, 12.3%)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남녀 모두 72.4%와 79.7%로 결혼경험이 있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법적으로 기혼상태에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동거나 별거, 이혼, 사별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함됐다.

발표문에 따르면 설문조사결과 한국인들은 대체로 미혼모의 내적인 자질이나 성적인 부도덕성보다는 이들의 판단력과 책임감의 부족을 문제시하고 있었다. 또한 미혼모가 됨으로써 이들이 자활능력이 떨어진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약 44%의 응답자만이 동조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체로 응답자의 연령이 높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미혼보다는 기혼의 집단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이 높을수록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정도가 증가하며, 특히 책임감의 부재와 판단력의 부족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김혜영.안상수 연구원은 미혼모의 판단부족과 책임감의 부재를 지적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보수적인 성의식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결혼이 약속되어 있는 사람들의 혼전성관계에 관해서만 동의하고 있을 뿐 실제로 혼전성관계로 발생할 수 있는 혼전동거와 임신, 출산, 낙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혼모들에 대해서는 성적인 부도덕성이 아니라 바로 책임성이나 판단력의 부족을 들어 이들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혼부모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결과적으로 한국인들로 하여금 미혼모나 미혼부는 도덕적인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본인과 자녀의 불행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주목, 특히 미혼모의 사회적 보호와 미혼부 책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발표문에 따르면 다양한 소수자 집단과 미혼모에 대한 차별지각의 정도를 비교한 결과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은 차별을 받는 집단은 동성애 집단이었고 그 다음으로 미혼모, 외국인노동자, 미혼부, 장애인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일하게 제도적인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갖게 된 미혼부는 미혼모에 비해 사회적 차별인식도 다소 낮게 나타났다. 또한 동성애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 정도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높았다.

가장 많은 차별을 경험하는 집단으로 인식된 동성애 가족이나 미혼모의 자녀양육은 실제로 상당한 고난을 동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한 부모 가족의 자녀들의 경우 차별받지 않고 성장하기 어렵다는 진술보다는 이혼 후 혼자서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기가 더 어려우며, 이것보다는 미혼모로서 혹은 미혼부로서 자녀를 키우며 생활하기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이 높을수록 다소 증가하고 있다.

김혜영.안상수 연구원은 미혼부모에 대한 호감도를 살펴보기 위해 미혼부모를 다양한 가족형태의 하나로 보고, 조사대상자들로 하여금 각각의 다양한 가족들과 이웃으로서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조사결과 이웃으로서의 거부감은 동성애, 외도문제 가정, 미혼부모가족 순으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혼가족이나 재혼가족 대해 부정적 태도는 가장 적었다.

혼인 상태별로도 비교해 보면 기혼자가 미혼자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동성애 가족’이나 ‘외도문제를 가진 가족’에 대해서 기혼자와 미혼자간의 인식차이가 컸고 미혼부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미혼 응답자보다 기혼 응답자의 거부감이 유의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성경험이나 결혼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수용적이기보다는 거부감이 많았다. 즉 동성애 전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높았고, 이어 ‘자녀가 있는 미혼부모’에 대한 거부감이 높게 나타났다.
 
동거나 유자녀의 이혼전력 또한 거부의 정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혼부모에 대한 교제권유의 거부감은 동거전력이 있거나 이혼 유자녀인 사람에 비해서도 높게 나타났다. 결혼 상대자로서 이들에 대한 거부감을 묻는 설문 역시 ‘동성애 전력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높았고, ‘미혼 상태에서 자녀를 둔 미혼부모’에 대한 거부감이 그 뒤를 이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거리는 대체로 표면적인 관계만을 허용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결국 미혼모에 대한 거리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응답자의 65.7%가 직장동료로서 인사정도만 하는 사이로 지내겠다는 응답을 보였고, 70.5%는 동네이웃으로서 인사정도만하고 지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비공식적 사적교류나 친밀한 관계로 지내겠다는 응답자는 각각 20.0%와 2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은 성의식이 보수적일수록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거리를 크게 지각하고 있으며,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할수록, 전통적 가족가치관을 갖고 있을수록 사회적 거리감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보호와 지원 필요

여성에 대한 적대적 성차별의식과 온정적 성차별의식 역시 사회적 거리감과 유의한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보호의 대상이고, 성역할 분업적 태도를 가지며, 친밀한 이성애의 대상으로 여성을 규정하는 온정적 성차별의식을 높게 가질수록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을 더 크게 지각하고 있었다. 반면,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을 낮게 지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한 부모 가족이나 양부모에 대한 수용성, 이혼이나 재혼에 대한 관용성을 가질수록 이러한 사회적 거리감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김혜영.안상수 연구원은 응답자들에게 본인의 성인가족이나 친지가 교제하던 남성과 헤어진 후 임신사실을 알게 된 경우를 가정해 이에 대한 생각과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사결과 ‘아이를 위해 아이 아버지와 결혼하라고 조언한다’ 38.4%, ‘아이 아버지가 출산에 동의하고, 양육비 제공을 약속할 경우에만 출산하라고 조언한다’ 22.3%, ‘아이 아버지에게 알리지 말고 낙태하라고 조언한다’ 2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선 헤어진 경우라도 뒤늦게 임신사실이 확인되면 아이 아버지와 결혼하라고 조언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온 것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임신이 결혼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는 결혼문화의 보수성과 전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측면이다. 이는 임신과 출산, 자녀양육이 우리 사회에서 결혼생활의 가장 중요한 토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의견에 대해 남성의 경우(41.6%)가 여성보다(35.1%) 훨씬 높게 나타나 남성들의 가부장적 결혼관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령별로도 20대 31.9%, 30대 39.8%, 40대 37.2%, 50대 41.9%, 60대 44.1% 등의 차이가 나타나 젊은 세대보다는 높은 연령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재미있는 현상은 결혼상태에 따라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미혼(32.6%) 보다 기혼(40.2%)이 결혼하라는 조언에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우리사회가 여성보다는 남성이, 미혼보다는 기혼이 더 보수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두 연구원의 분석이다.

미혼부의 역할 및 책임.태도에 대해 응답자 전체의 과반수에 가까운 45.5%가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하더라도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4.4%는 ‘출산비용과 양육비용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응답자의 10명 중 8명은 미혼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인의 자녀의 경우를 가정, 자녀가 미혼부모가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많은 이들이 ‘아이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40.0%)을 꼽았고 ‘이웃이나 사회의 따가운 시선’(22.9%), ‘학업이나 직장생활의 제약’(17.7%), ‘향후 자녀의 결혼문제’(1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열명 중 두 명이 사회적 편견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직까지 우리사회의 미혼모/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약자 중 정부가 지원해야 할 우선적인 보호대상자에 대해 장애인이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노인 26.8%, 실업자 19.5%, 빈민 7.5%, 미혼모/부 6.3%, 이혼한 부모1.5%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응답결과는 대부분의 사회보장제도가 우선적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 노인, 실업자, 빈민 등의 범주와 일치하는 결과다.

반면 빈민에 대한 보호요구도가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점은 우리사회의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생각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게 김혜영.안상수 연구원의 지적이다. 미혼모/부에 대한 보호요구가 다른 집단에 비해서 높지 않게 나타난 점도 우리사회에서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적었을 뿐더러 사회적 보호에 대한 생각 역시 크게 강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혼부모의 사회적 보호에 대한 견해에 대한 응답결과는 전반적으로 사회적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적 보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보다는 미혼부모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예방정책에 대한 필요성에 더욱 공감하고 있었다.

미혼모.부들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미혼모.부의 취업 및 일자리 지원’(25.4%)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미혼모.부 자녀에 대한 보육/교육 지원’(22.6%), ‘미혼모보호 시설확충’(18.0%), ‘미혼모.부 가족의 주거지원’(14.7%), ‘청소년 미혼모.부의 학업복귀 지원’(8.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미혼모.부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자녀양육 지원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혔다.

김혜영.안상수 연구원은 “미혼모.부의 문제는 성문화와 가족제도에 대한 편협한 사고와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사랑하고 결혼하여 임신, 출산한 부부도 유자녀 상태에서 이혼하는 경우가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회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출산과 자녀양육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매우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취재 / 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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